2011년부터 예방 백신 접종
대량 살처분 가능성은 낮지만
농가 단위 방역에 구멍 드러나
전국 소 330만 마리에 긴급 백신
당국 “우유ㆍ쇠고기 먹어도 안전”
정부가 6일 사상 처음으로 전국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ㆍStandstill)을 내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口蹄疫ㆍ발굽이 짝수인 소 돼지 등 우제류 동물의 입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전염병)까지 발생하자 강력한 초동 대응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유와 쇠고기ㆍ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충북 보은군의 한 농장의 젖소 5마리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발견돼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밤 늦게 혈청형 O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방역 당국은 즉각 발생농장 젖소 195마리를 전부 살처분했다. 이날 전북 정읍시의 한 농가에서도 한우 48마리 중 6마리가 침을 흘리는 등 의심 증상이 접수됐다.
구제역은 AI와 달리 2011년부터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있어 가금류처럼 대량 살처분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충북 보은군에서 검출된 혈청형 O형은 유전자 검사 결과 2014~2016년에 국내에서 발생했던 ‘동남아시아(SEA)형 미얀마 98(MYA-98)’계통이 아니라 ‘중동-남아시아(ME-SA)형 인도 2001(Ind-2001)’계통으로 나타나 잔존 바이러스가 아닌 외부 유입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에서 접종 중인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전형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백신 항체 형성률은 소가 97.5%(지난해 말 기준), 돼지가 75.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 보은군 발생농장의 실제 항체 형성률은 20%로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나 안심할 수 없다. 방역당국이 해당 농장의 젖소 20마리를 표본 검사한 결과 4마리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예방 백신 접종을 책임지는 농가 단위 방역에 구멍이 난 꼴이다. 스탠드스틸과 별도로 충북ㆍ전북지역의 우제류 가축에 대해서는 6일 오후 6시부터 14일 0시까지 7일간 타 시ㆍ도 반출이 금지된다.
긴급 백신 접종도 실시하기로 했다. 충북 보은군 소재 우제류 5만5,000마리에 긴급 예방접종이 우선 실시되고, 전국에 사육중인 한우ㆍ젖소 330만두에도 백신을 일제 접종한다.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일주일이 고비다.
젖소 농가에선 스탠드스틸 발령 30시간 동안 우유 반출도 제한된다. 당국은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고 시중에 유통될 때에는 살균처리가 되는 만큼 소비자들에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쇠고기도 도축 과정에서 구제역 검사가 필수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쇠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상 최초의 전국 스탠드스틸로 우유와 쇠고기ㆍ돼지고기 가격 등이 급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AI 종식에 총력을 다하던 시점에 구제역 위기까지 맞은 방역당국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2010~2011년, 2014~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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