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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독한 르펜“이민자 막고 외국인 근로자 특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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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보다 독한 르펜“이민자 막고 외국인 근로자 특별세”

입력
2017.02.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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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탈퇴… 프랑화 체제로 복귀

대선 두 달 앞두고 출정 연설

3000명 환호 록콘서트 같은 열기

“美 이어 유럽마저…” 전세계 우려

마린 르 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가 5일 리옹 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선 출정 연설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린 르 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가 5일 리옹 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선 출정 연설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파와 좌파는 없다. 애국자, 아니면 세계화 지지자가 있을 뿐이다.”

프랑스 대선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5일(현지시간) 여론조사 지지도 1위를 달리는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선 후보는 리옹 실내 체육관에서 대선 출정연설에 나서 이렇게 밝혔다. 캐주얼한 검은색 재킷과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르펜 후보는 화려한 제스처로 애국심과 ‘프랑스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대선 캠페인 개시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과 유사한 ‘미국 우선주의’ 공약으로 정권을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변화의 바람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1년 아버지 장 마리 르펜으로부터 당수 자리를 이어받을 때만 해도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로 폄하 받던 르펜 후보가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르펜 후보는 정치 무대에서 줄곧 주장한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공표하며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한때 ‘미국의 마린 르펜’으로 불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판박이 공약이 나오는 모습에 유럽마저 폐쇄 노선으로 접어드냐는 우려다. 세계는 이제 트럼프에 이어 르펜이 출범시킬지 모를 극단적인 국수주의 정부의 탄생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출정식에 앞서 공개된 르펜 후보의 공약은 오랜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신음하는 노동자 계층에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FN은 전날 이민, 유럽연합(EU), 무역, 산업 등에 걸친 144개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중 특히 이민, 일자리 관련 공약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쏟아진다. 르펜 후보는 ‘현명한 보호주의’와 ‘애국주의 경제’를 천명하며 ▦이민자 신규 유입을 80% 줄여 연간 1만명 수준으로 조정 ▦외국인 근로자에 특별세 부과 ▦불법 이민자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보장 제공 중단 ▦무상교육을 프랑스 국민에 국한 ▦외국인 범죄자 자동 추방 등 폐쇄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르펜 후보는 그간 주장해 온 EU 탈퇴 입장도 공약에 포함시키며 브렉시트로 몸살을 앓고있는 유럽을 재차 흔들고 있다. 대선 승리 시 6개월 내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한다는 구상과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EU의 국경개방 조약인 솅겐 조약에서 탈퇴하고 유로화 체제에서 과거 자체 통화인 프랑화 체제로 복귀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르펜 후보는 이에 “프랑스의 자유를 되찾고 국민에게 목소리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르펜 후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지지는 실제 뜨겁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다수의 여론조사는 르펜이 오는 4월 2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무난히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르펜의 출정식은 이를 증명하는 장이었다. FN의 ‘애국심 마케팅’ 덕에 체육관을 가득 채운 3,000여명의 지지자들은 프랑스 국기를 들고 “프랑스! 프랑스!”“이곳은 우리나라!”라고 연호했다. 영국 BBC는 “축구 경기와 록 콘서트 중간쯤의 분위기였다”고 현장의 열기를 설명했다.

르펜 후보와 지지자들의 환호는 경쟁 후보들이 혼선을 거듭하며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아내와 자녀들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했다는 스캔들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신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르펜의 뒤를 쫓고 있으나 전세 역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1차 투표의 1, 2위 후보가 맞대결을 펼치는 2차 투표(5월 7일)에서는 마크롱 전 장관의 승리가 예상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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