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본국으로 ‘유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해외 구매품에 대한 과세를 늘리고 일부 명품 브랜드가 중국내 판매가격을 대폭 인하한 결과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관계자를 인용, 지난해 중국 본토의 명품 매출이 전년대비 4%가량 늘었고 올해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카르티에ㆍ몽블랑 등을 거느린 리슈몽은 “중국과 한국이 지난해 3분기 아태지역 전체 매출을 10% 끌어올렸다”고 밝혔고, 베르나르 아르노 모에 헤네시 루이뷔통(LVMH) 회장도 중국내 매출이 급증했다며 “중국 쇼핑족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국내 소비를 늘려 세수를 확대하는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2차례에 걸쳐 수입품 관세를 낮추고, 지난해 4월 해외 및 외국 온라인사이트 구매 상품에 대한 세금을 인상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WSJ은 이러한 정책 변화에 위안화 가치까지 하락하면서 해외 쇼핑의 이점이 크게 상쇄됐다고 전했다. 한 20대 중국인 여성은 “(해외와 국내구매의)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아 보증이나 수리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중국내 매장을 많이 찾게 됐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내 판매량 급증세에 대해 국가별 판매가 차이를 줄이거나 없앤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에 가장 먼저 이 정책을 도입한 샤넬 측은 “가격차를 축소한 것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판매 확대, 회색 거래(국가별 가격 차를 역이용한 불법거래) 근절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WSJ은 이밖에 리슈몽, 버버리 그룹, L2 등도 가격 차 축소 정책을 도입했다며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보다도 높았던 중국 내 명품 판매가격이 재조정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인들의 국내 명품구매가 계속될 경우, 과거 무리한 중국진출로 쓴맛을 봤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재투자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명품 구두업체 산토니의 아시아 책임자도 WSJ에 “중국인들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모두가 해외여행을 가지는 못한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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