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안내ㆍ통역ㆍ정보기술 등
평창올림픽 자원봉사 모집에
정원보다 무려 5배 지원
그 중 10~20대 비중이 91.6%
“긴장하신 것 같으니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할게요. 동계올림픽 자원봉사를 하기에 나는 얼마나 추위에 강한 사람인지 한 분씩 말씀해 주세요.”
5일 오후 서울 한양공고 교실. 면접위원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슴에 수험표를 붙인 20대 남녀가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저는 환절기에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추위를 안 탑니다.” “저는 현재 강원도 삼척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군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취업 경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면접자들의 호기로운 답변이 이어진 이날 면접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 자원봉사자 선발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관중안내ㆍ통역ㆍ정보기술 등 17개 분야 7,000명을 모집하는 데 총 3만4,600여명이 지원했다. 자격 요건 여부를 가리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1만 6,000명이 이날 일정을 비롯해 1~2월 14차로 나뉘어 진행되는 면접을 거친다.
올해 초 서울시는 자원봉사 포털 ‘1365’ 등록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자원봉사활동을 한 시민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20대의 봉사활동 횟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가 무색하게 이날 면접장에는 유난히 10~20대가 많았다. 1차 심사 전 집계한 전체 지원자 중 10~20대 비중은 91.6%에 달했다.
이들이 일요일 휴일까지 반납하고 이날 면접에 참가한 이유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봉사활동에 대한 욕구가 컸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분야에 지원한 사이버해킹학과 졸업생 이엄지(22)씨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서 봉사할 때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교육자를 꿈꿨던 고교 재학 시절에는 2년간 초등학생 교육 봉사활동을 했다. 같은 분야에 지원한 관광학과 재학생 최정인(20)씨는 “학과 공부로 축제와 관광객 유치의 의미를 접하면서 꾸준히 지역 축제 스태프로 참여해 왔다”며 “경험을 살려 국가적인 행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끌려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장의 열기는 1990년대 중반 의무화된 이후 참여자 동원 수단으로 전락한 듯 보였던 중고생 봉사활동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김원민(34)씨는 “학과 전공을 봉사에 접목한 대학생 지원자가 많은 걸 보니 자원봉사자를 도우미 정도로 여겼던 과거와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20~30대가 일상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 발굴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민간자원봉사단체 간접 지원도 늘리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청소년들이 실적확인서 발급을 위한 봉사활동이 아닌 ‘봉사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담당 교사와 관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발간하기도 했다. 송민경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다양한 현장 체험 수요 증가와 더불어 이들의 봉사활동이 단순한 참여에 그치지 않고 봉사학습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관리자들이 교육훈련 방식을 프로그램 설계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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