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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체계 비판했다가 역풍 맞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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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체계 비판했다가 역풍 맞는 트럼프

입력
2017.02.0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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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민 행정명령’을 무효화시킨 미국 하급법원을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반 이민 행정명령’을 무효화시킨 미국 하급법원을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이슬람 7개국 출신자의 입국을 금지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격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사법체계 전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국토안보부에 외국인 입국자의 신원을 철저히 파악하라고 지시하는 등 법원 결정에 맞서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 보름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근시안적이고 거친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3권분립 원칙을 해치면서까지 법원을 겨냥하는 트럼프의 행동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비난이 들끓어 정치적 역풍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반이민 행정명령의 전국적인 시행 중지를 결정한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 판사를 이틀 연속 공개 비판했다. 트위터에 “판사 한 명이 우리나라를 위험에 빠뜨린 걸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나쁜 일이 터진다면, 그와 사법체계를 비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입국자들을 매우 조심스럽게 점검하도록 국토안보부에 지시했다”며 “법원이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미국의 법 집행을 근본부터 망친 ‘소위’(so-called) 판사라는 사람의 의견은 터무니없으며, 뒤집힐 것이다”, “판사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로바트 판사를 맹공격했다.

사법부 독립을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처신은 급속한 반발을 초래했다. 지난해 6월 자신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린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 지법 판사를 비판한 직후 역풍을 맞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벤 새스(공화ㆍ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소위 판사’는 없다. ‘진짜 판사’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솔직히 그런 단어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소위’ 상원의원도 없고 ‘소위’ 대통령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판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감싼 것에 대해서도 공화당 진영의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살인자인데도 존경하느냐’는 질문에 “존경한다”고 대답했다. 또 러시아의 과거가 떳떳하지 못하지만, 미국의 행적도 비슷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ㆍ플로리다)은 “심지어 공화당에 의해 민주당 활동가들이 독살됐다 하더라도, 푸틴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취임 보름 만에 국정수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무리하고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일부 정책을 조금씩 포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 유럽동맹과의 마찰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날 저녁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를 하고, ‘나토에 대한 미국의 강한 지지’를 확인했다. 또 5월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 유럽 정상과 안보협력을 논의키로 했다. 이는 트럼프가 “나토는 구시대 유물이다”라고 한 기존 주장에서 대거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한때 검토했던 중앙정보국(CIA)의 해외 ‘비밀감옥’ 부활 방침도 철회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지난달 공개한 관련 행정명령 초안에서 비밀감옥 부활 내용을 삭제시킨 새로운 개정안을 국가안보회의(NSC) 위원들에게 회람시켰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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