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기 전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에게 프랑스 대통령에 선보일 한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차은택(48ㆍ구속기소) 전 창조경제문화추진단장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6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차은택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녹음파일에서 차씨는 “VIP께서 파리를 가셔서 한식을 선보이고 싶은 거야. 라운지 파티 형태로 해서 프랑스 대통령을 모시고 오겠대. 그래서 회장님에게 (준비하라고) 미션을 준거야. 회장님은 빨리 음식 개발하자고 마음이 급한 거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밀사항인 대통령 해외 순방 준비를 ‘비선’인 최씨와 논의하고 업무까지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통화내용을 녹음한 이유를 묻자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사업계획서도 없이 재단이 운영되는 등 어느 때부터인가 최씨와 차씨 둘 다 믿을 수 없어 회의내용을 녹음했다”고 말했다. 최씨 결정으로 재단이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그 결과는 사무총장인 본인이 떠안게 될 것이 두려웠다는 취지다. 지난해 미르재단이 최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연구용역을 체결한 뒤 2억3,76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하는 과정에도 최씨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했고,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본인의 결재는 거치지도 않았다고 이 전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그는 미르재단의 실제 운영자도 최씨라고 거듭 주장했다. 차씨와 임원들은 최씨를 ‘보스’ 또는 ‘회장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최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최씨가 자신을 서울 반포동 인근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으로 불러 “차은택에게 책임을 먼저 떠넘겨야 언론에서 더 이상 문제 삼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미르재단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경위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으로 알고서 미르재단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박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당시 안 전 수석이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걸어와 당연히 박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증인신문 막바지에 최씨는 이 전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였다. 최씨는 직접 나서 이 전 사무총장에게 “그 날(지난해 8월) 전화기 다 없애고 만났고 고영태가 분명 자기 차에 (이 전 사무총장 휴대폰을) 갖다 놓고 오겠다고 했는데 누구 전화로 녹음한 거냐”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전화기로 녹음한 게 아니라 녹음기가 있었다”고 답하자 “완전히 계획적이네요”라고 힐난했다. 이 전 사무총장이 5억원을 달라고 했다는 최씨 말에 이 전 사무총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자 “하늘에 맹세할 수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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