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금융사 CEO들 간담회서
“도드-프랭크법 재검토” 지시
취임 후 공격적인 친 기업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산업의 규제 완화ㆍ철폐 작업에 착수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격렬히 비난했던 월가 금융권에게 선물을 안겨주는 이율배반적인 행보를 하고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권을 규제하는 법안인 ‘도드-프랭크법’ 타당성을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0년 7월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 고위험 투자 규제, 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등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이다.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디먼,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 등 대형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내 주변 사업가들이 돈을 빌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도드-프랭크법의 상당부분이 철폐되기를 기대한다”며 금융규제완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행정명령에 따라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120일 안에 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할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금융사의 재무전문가가 은퇴자금에 대해 상담할 때 자사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한 ‘신탁규제법’시행을 당초 예정된 4월에서 늦추라는 메모도 작성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규제 완화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자 “후보 시절 일반 시민들 편에서 월가의 대형금융사와 맞서겠다고 했던 약속을 배신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2주가 넘었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사업체들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보도 전문 프로퍼블리카가 트럼프 재단에 요구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는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보유한 재단운영권을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재단의 법적 권리는 트럼프 맏아들과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CEO 앨런 와이셀버그가 갖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권한을 해지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자신의 사업체에 대한 모든 운영권과 법적 권리를 맏아들과 둘째 아들 에릭에게 넘겼으며 “아들이 사업문제를 자신과 상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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