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최대 200만원까지 1년간 ‘제로금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
다른 은행들 ‘우량 고객 뺏길라’ 긴장
은행에서 이자 없이 돈을 빌리는 것이 가능할까. 일부 저축은행들이 대출자를 늘리기 위해 ‘30일 무이자’, ‘여자는 100일 무이자’ 등을 내세운 적이 있지만 그 동안 시중 은행의 대출이자가 0(제로)%인 적은 없었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파격적인 제로금리 대출 상품이 등장, 앞으로 170조원이 넘는 은행간 마이너스 대출 경쟁에 불이 붙을 지 주목된다.
KEB하나은행은 6일 마이너스통장 대출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최장 1년 동안 연 0%의 금리를 적용하는 ‘제로금리 신용대출’을 출시한다. 7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특별 판매되는 ‘제로금리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 한도 약정액의 10%(최대 200만원 한도)까진 이자를 받지 않는 금융 상품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아 쓴다면 향후 1년 동안 200만원에 대해선 이자가 없고 100만원에 대해서만 약정 이자를 지불하면 된다.
무이자 적용은 환급방식이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우선 정상 금리로 청구되지만,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입하면 이후 3영업일에 무이자 적용분에 대한 이자를 하나금융그룹의 통합멤버스 포인트인 ‘하나머니’로 돌려 준다. 대출이자가 연 4%라고 가정하면 무이자 적용 한도 200만원에 대한 월 이자분인 6,667원을 같은 포인트의 하나머니로 환급해주는 식이다. 하나머니는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전국 250여만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은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특히 KEB하나은행이 공무원, 교직원, 은행 선정 업체 재직 임직원 중 처음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무이자 적용 대출상품 가입대상으로 정한 것을 두고 고객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KEB하나은행은 급여이체 등을 통해 최고 0.5% 우대금리까지 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타 은행 우량 고객들을 뺏겠다는 의도”라며 “은행들의 마이너스 대출 제로금리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174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