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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가장 뜨거운 베트남, 문화로 더 돈독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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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가장 뜨거운 베트남, 문화로 더 돈독해질 것”

입력
2017.02.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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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베트남 진출 확대 위해

외교 교두보 역할에 집중

美 트럼프 정부 TPP 탈퇴 선언

한국에 손해로만 이어지지 않을 것”

이혁 대사는 “수교 25년 만에 이뤄진 양국 관계의 진전을 보면 경탄할 만하다”며 “이는 베트남의 포용적 실용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헀다. 정민승 기자
이혁 대사는 “수교 25년 만에 이뤄진 양국 관계의 진전을 보면 경탄할 만하다”며 “이는 베트남의 포용적 실용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헀다. 정민승 기자

“이 정도면 특별한 관계를 넘어 특수관계다.”

이혁(59) 주 베트남 한국 대사는 올해로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관계를 이렇게 규정했다. 한 때 총부리까지 겨눴지만 도이머이(개방·개혁정책)를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선 베트남은 한국 기업의 투자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 기업 역시 베트남을 발판 삼아 성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누적투자 521억 달러인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를 굳혔고, 진출 한국기업들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등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상대가 됐다. 투자·통상·외교 각 분야에서 한국의 주요 국가로 부상한 베트남과의 외교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이 대사를 지난 2일 하노이 시내 주 베트남 한국 대사관에서 만났다.

주중 참사관, 주일본 공사, 주필리핀 대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5월 부임한 이 대사는 “무엇보다 경제 관계가 밀접해야 다른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 인사 교류와 각종 문화 행사 확대를 추진함으로써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우호 관계가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라는 돌발 변수도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TPP 앞날이 불투명해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것. TPP 최대 수혜국인 베트남을 교두보 삼아 미국 등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던 국내 기업들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숫자는 전년보다 10%가량 늘어 약 5,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사는 “발효됐던 협정이 무효화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이 유지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했다. 같은 시장을 두고 일본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경쟁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우려되던 가파른 인건비 상승에 대해서도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경우 미국의 TPP 폐기가 꼭 손해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설명이다.

이 대사는 “세계 어디서도 우리와 이토록 비슷한 문화와 정서를 가진 나라는 없다.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한국에는 6만여명의 결혼 이주 여성을 포함해 14만명의 베트남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베트남에도 한국인들이 14만 명 규모 동포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 다음으로 큰 규모의 해외 동포사회다.

그는 “한국과 베트남은 외교적으로나 지정학적, 정치적으로 부딪히는 이해관계가 없다”며 양국 관계의 앞날을 밝게 봤다. 국가 관계에서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고 오로지 국익만 존재한다는 말을 떠올린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그가 향후 양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베트남 국민의 외국인 호감도 조사에서 한국인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 이 대사는 “한류 열풍이 제일 뜨거운 곳이 베트남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드라마, 노래, 음식, 화장품, 패션, 헤어스타일까지 베트남에서 한국문화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모든 게 장밋빛이진 않다. 과거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문제가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이 대사는 “과거 한국 정부의 유감 표명 뒤 베트남 정부서는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베트남 방문 때 호찌민 묘소를 참배했고 2001년 방한한 쩐 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유감 표명을 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4년 베트남 국빈 방문에서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로 유감 표시를 했다.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154만명. 전년보다 50%가량 늘어난 숫자다. 이 대사는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하고 서로를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며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베트남 국민을 존중하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글·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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