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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를 보면 떠오르는 영화 4

입력
2017.02.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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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택트'는 과학소설계의 거장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제는 'Arrival'인데 국내에서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영화 '컨택트'는 과학소설계의 거장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원제는 'Arrival'인데 국내에서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컨택트’(감독 드니 빌뇌브)는 작품상∙감독상∙촬영상 등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상) 시상식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라라랜드'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의 단편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원제: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를 원작으로 한 ‘컨택트’는 4,7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공상과학(SF)영화다. 드니 빌뇌브 감독 이전에 봉준호 감독에게 제안이 가기도 했으나, 각색된 시나리오가 원작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원작의 독창적인 개념들을 영화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북미에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개봉일 박스오피스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신비로운 우주 체험이나 외계 생명체와의 전쟁에 주목한 기존 SF영화들과는 달리, 인류와 외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다뤘단 점이 눈길을 끈다. SF의 외피를 두른 철학적 영화라는 점에서 엇비슷한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컨택트’와 한 핏줄이라 할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콘택트'(1997)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콘택트’(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과학자 엘리(조디 포스터)가 외계와 조우하는 과정을 그린 우주 SF 영화인데, 최근 개봉작 ‘컨택트’와 제목이 같아 다시금 화제에 올랐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콘택트’(감독 로버트 저메키스)는 과학자 엘리(조디 포스터)가 외계와 조우하는 과정을 그린 우주 SF 영화인데, 최근 개봉작 ‘컨택트’와 제목이 같아 다시금 화제에 올랐다.

우선 같은 제목을 가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의 우주 SF영화 '콘택트'(1997)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두 영화는 ‘콘택트’와 ‘컨택트’라는 영어 발음 표기상의 차이를 제외하면 장르도, 제목도 모두 동일하다. 흥미롭게도 ‘컨택트’의 원제는 도착, 등장 등을 뜻하는 단어 ‘Arrival’이다. 국내에 개봉하며 ‘컨택트(Contact)’라는 제목을 따로 붙인 것이다. 갑작스레 지구에 찾아온 미지의 존재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담은 영화의 내용을 고려해봤을 때, 접촉이나 연락 등을 뜻하는 ‘컨택트’라는 제목은 일견 적절해 보인다.

문제는 1997년 개봉작 ‘콘택트’와 2017년 개봉작 ‘컨택트’ 사이에 내용상 닮은 점까지 많아 혼선이 배가된다는 점이다. 두 영화 모두 외계의 신호를 분석해 답을 얻어내려는 여성 학자의 고군분투를 담아냈고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설정이 겹쳐진다. 이 때문에 ‘컨택트’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이 1997년작 ‘콘택트’의 인기에 편승한 노골적인 마케팅 수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훌륭한 연출을 인정받은 ‘컨택트’로서는 기존 작품의 아류작이나 리메이크작처럼 느껴지는 제목이 아쉬운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인터스텔라'(2014)

영화 ‘인터스텔라’(2014)는 식량난과 에너지 고갈로 절멸 직전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 과학자의 모험을 다뤘는데, 시공간의 왜곡과 철학적 메시지를 다룬 점에서 ‘컨택트’와 닮았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는 식량난과 에너지 고갈로 절멸 직전인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 과학자의 모험을 다뤘는데, 시공간의 왜곡과 철학적 메시지를 다룬 점에서 ‘컨택트’와 닮았다.

‘철학적 SF’라는 점에서 ‘컨택트’와 궤를 같이 하는 '인터스텔라'(2014)도 어김없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컨택트’를 제작하던 중 '인터스텔라'가 개봉했는데, 줄거리에 겹치는 지점이 너무 많아서 빌뇌브 감독이 작가에게 시나리오를 다시 쓸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영화의 초반 시나리오에는 외계 생명체가 각국에 빛보다 빠르게 항해하는 방법 등 자신들의 기술을 전달해주는 장면 등이 포함되었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모두 삭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는 여전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다룬 점과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점은 물론, '인터스텔라'의 딸 머피와 '컨택트'의 딸 한나가 모두 이름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점도 눈에 띈다.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과 '페르마의 원리' 등 실제 물리학의 법칙을 응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가족애를 놓치지 않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컨택트’는 과학적인 접근이 주축이 되었던 ‘인터스텔라’에 비해 보다 인문학적인 답을 내놓는다. 물리학자인 이안(제레미 레너)이 아닌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고, 수학적 계산이나 군사적 전략에서 한 발 벗어난 채 끊임없이 소통하고 메시지를 읽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인문학자다운 태도가 인류를 구한다. 이 때문에 세간에는 ‘인터스텔라’는 이과를 위한 영화, ‘컨택트’는 문과에게 희망을 주는 영화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컨택트’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SF 영화’라는 호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지와의 조우'(198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1982)는 음악 코드를 매개로 외계인과 통신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컨택트’와 구별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1982)는 음악 코드를 매개로 외계인과 통신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컨택트’와 구별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미지와의 조우'(1982)는 내용상 ‘컨택트’와 가장 닮았다. 두 영화 모두 세계 곳곳에 UFO들이 등장하자 외계 생명체와 통신할 수 있는 매개를 찾아내 그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내용을 다뤘다. 미지의 세계와의 소통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메시지를 읽어낸다는 점도 맥을 같이 한다. 지구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나 외계 생명체가 처음 지구에 당도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등을 담아낸 영상 기법도 비슷하다.

그러나 '미지와의 조우'는 음악코드를 매개로, '컨택트'는 외계 생물체인 헵타포드의 표어문자(로고그램)를 매개로 소통한다는 점이 다르다. 두 영화 모두 음악코드와 헵타포드 언어를 영화의 핵심적인 장치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차이점이 더욱 눈에 띈다. ‘컨택트’는 단선적(單線的) 시간 구조에서 벗어나 선후관계와 인과관계가 한 데 뒤얽힌 헵타포드 식 세계관을 표현했는데, 이 세계관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헵타포드 언어다. 문장의 시작과 끝이 명확한 우리 언어와는 달리, 선후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원 모양의 문자로 표현되는 헵타포드 언어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식 체계를 대변한다. 이 표어문자들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직접 고안해 냈다고 전해진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외계 물체가 인류에게 문명을 가르쳐 주고 새로운 사유체계를 전해주는 설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컨택트’와 비슷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외계 물체가 인류에게 문명을 가르쳐 주고 새로운 사유체계를 전해주는 설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컨택트’와 비슷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는 외계 물체의 외형부터 비슷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 모노리스는 ’컨택트’에서 인류에게 헵타포드어를 가르쳐 줌으로써 미래를 읽게 해준 타원형의 검은 비행물체와 똑 닮았다. 무엇보다 외계가 인류에게 새로운 사유체계를 전달하고, 주인공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신비한 시간의 왜곡을 경험하게 되는 점이 일치한다.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웅장한 음악이나 플래시백(과거 회상) 기법이 사용된 환상 같은 이미지들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리게 한다.

독창적인 문법을 지닌 SF 영화로 꼽히는 ‘컨택트’가 1960년대 SF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비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컨택트’는 그간의 SF 영화들이 간과해왔던 언어와 소통의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관심을 가진다. 진정한 소통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이 영화는 그 어떤 작품보다 ‘철학적 SF’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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