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성적 부족한 학생에도
“서류ㆍ면접 전형이 중요” 유혹
강남 일부 학원 사기성 상술
6개월 학원비 1500만원 훌쩍
불합격 항의엔 “실력 부족 탓”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서울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재외국민특례전형을 준비 중인 김모(20)씨는 지난해 6월 학원으로부터 “1차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가 중요하고 2차 면접만 잘 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으니 학원만 다니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이를 철석같이 믿고 자기소개서 첨삭비와 면접 대비 강의료로 1,500만원 가까운 돈을 학원에 지불했다. 하지만 A씨는 합격은커녕 지원한 대학 3곳에서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김씨는 “재외국민특례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떨어지고서야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남 학원가에서 재외국민특례전형이 말썽이다. 당락을 가르는 영어점수가 턱 없이 부족한 학생들을 상대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꼬드겨 고액 학원비만 챙기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합격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영업을 한다는 게 학부모 학생들의 불만이다.

재외국민특례는 외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포함한 3년 이상 학교를 다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형이다.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1차 서류전형-2차 면접전형’을 거쳐 50~60명의 학생을 매년 선발한다. 서류전형에서는 주로 ▦자기소개서 ▦고교 내신 성적 ▦기타서류(영어성적) 등을 받는다.

전형 준비생과 합격생들은 서류전형 합격 나아가 최종합격까지 ‘영어성적’(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에서 갈린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연세대에 합격한 김모(20)씨는 “내신은 모두 높아 변별력이 떨어지고 자기소개서는 면접용이라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SAT 2,260점을 보유한 이모(20)씨는 연세대ㆍ고려대는 모두 합격했지만 서울대는 서류 전형 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SAT 2,200점을 가지고 있는 박모(22)씨는 서강대는 합격하고 연세대는 서류에서 떨어졌다. “SAT 점수가 곧 합격의 바로미터”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강남 학원들이 SAT 점수가 낮은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중요하다면서 고액의 학원비를 챙겨가고 있어 문제다. “SAT 점수는 낮지만,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니 수업을 들어라”는 식이다. 실제로 대치동의 S어학원의 경우 면접 대비 강의료로 학교 당 월 70만원 가량,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M어학원은 자기소개서 첨삭비용을 50만~100만원 받고 있다. 재외국민특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통상 3개 학교 이상 지원하고 6개월 동안 준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원비만 1,500만원이 넘어간다. M어학원의 경우 최근에는 원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기 전력 원장이 학생에게 다시 사기를 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학원을 믿고 거액을 낸 학부모나 학생이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용이 없다. 학부모 B(49)씨는 “학원에 이런 불만을 얘기하면 학생 자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데 왜 책임을 돌리냐는 핀잔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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