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이미경 글ㆍ그림
남해의 봄날 발행ㆍ208쪽ㆍ1만7,000원
1970년대 아이들의 놀이터는 구멍가게였다. 어둔 밤, 가게 앞 전봇대의 불빛은 길을 환하게 밝혔다. 달콤한 불량식품이 가득 있는 구멍가게는 별천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 이야기. 두뇌 발달과 놀이를 동시에 고려한 최신식 놀이터가 동네마다 즐비하다. 건강을 위해 군것질은 제한된다. 필연적으로 구멍가게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구멍가게, 옛날의 추억에 젖는 순간은 짧다. 망해가는 것에 대한 애잔함의 온도만 남는다.
책은 구멍가게를 향한 일종의 애도다. 그림 속 구멍가게는 여전히 별천지 마냥 다양한 물건을 가졌고, 그 앞 나무는 당당하며 아름답다. 가게마다 갖고 있는 사연은 누구나 이입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다. 80여 점의 세밀한 펜화는 사라져가는 것을 기억하는 힘에 지구력을 보탠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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