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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송’ 일하다 30분 만에 가사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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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송’ 일하다 30분 만에 가사 뚝딱"

입력
2017.02.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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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심재경이 최근 여러 '최순실송' 을 잇따라 제작해 화제다. 지난달 '큰일 났네'를 발표한 그는 이달 둘째 주 '너무 억울해요'란 곡도 음원사이트에 낸다. 모두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행적과 관련한 풍자곡이다. 사진 심재경 제공
가수 심재경이 최근 여러 '최순실송' 을 잇따라 제작해 화제다. 지난달 '큰일 났네'를 발표한 그는 이달 둘째 주 '너무 억울해요'란 곡도 음원사이트에 낸다. 모두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행적과 관련한 풍자곡이다. 사진 심재경 제공

기업의 재무컨설팅을 주업으로 하는 한 프리랜서는 최순실씨가 지난달 25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고함을 치는 영상을 보고 난 뒤 창작욕이 샘솟았다. 대학생 때 노래패 활동을 했던 그는 바로 컴퓨터로 가사를 정리했다.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등 최씨가 한 말을 재료로 서술어 정도만 다듬었다. 갑자기 장난기가 돌았다. 그는 “염병하네”란 말을 노랫말에 랩처럼 넣었다.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지탄 받고 있는 최씨의 황당한 말에 지나가던 한 청소부 아주머니가 던져 화제가 된 ‘사이다 발언’(‘염병하네’)을 양념처럼 활용해 곡의 맛을 살렸다. 판소리에서 “얼쑤” “좋다” 같이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는 아니리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노랫말을 정리해 통기타를 튕기며 부른 노래를 휴대용 녹음기로 녹음했다. 최씨의 심경을 오롯이 담아 제목을 ‘너무 억울해요’로 지은 1분 54초 분량의 짧은 곡을 장난 삼아 최근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아 정식 음원 출시를 계획했다. 그는 2일 녹음실을 찾아 ‘너무 억울해요’의 녹음을 마쳤다.

프리랜서는 198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로 대상을 받은 서강대 노래패 에밀레 멤버 심재경이다. 그는 3일 한국일보에 “‘너무 억울해요’는 다음 주(이달 둘째 주)에 음원사이트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심재경은 ‘너무 억울해요’와 함께 또 다른 시국 풍자곡 ‘각종 모르쇠’ 녹음도 끝내, 추가로 음원을 공개한다. ‘각종 모르쇠’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최순실을 모른다”며 각종 의혹을 부인한 청문회 풍경을 담은 노래다.

1980년대 통기타 가수는 30여 년이 흐른 요즘 여러 ‘최순실송’을 내 온라인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심재경은 ‘너무 억울해요’에 앞서 지난달 31일 ‘큰일났네’를 음원사이트에 발표해 주목 받았다. ‘큰일났네’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씨의 통화 녹취 내용을 풍자한 노래였다.

의외의 행보였다. 심재경은 서정적인 노래를 주로 부른 가수였다. 그는 2014년 낸 솔로 1집 ‘낙동연가’에서도 고향인 경북 안동시의 옛 풍경과 낙동강에서의 소소한 추억을 곡에 담아 낭만을 노래했다. 하회탈을 쓴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그가 갑자기 최씨 저격수로 나서며 시국 풍자곡을 쏟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재경은 “지인이 심심할 때 보라며 카카오톡 단체 채팅 방에 올린 영상이 발단이 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지난달 TBS 라디오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의 코너 ‘백반토론’에서 전영미가 한 최씨 통화 녹취 내용 성대 모사가 담긴 영상이었다. 이를 보고 “노래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심재경은 ‘큰일났네’의 가사를 30분 만에 정리한 뒤 반나절 만에 곡을 뚝딱 만들었다. 완성도 보다 ‘풍자의 재미’에 집중했다. “음악이 고급스러워질수록 (풍자의)재미가 떨어진다”게 그의 농담 어린 설명이다. 심재경은 “최씨의 입장에서 일부러 억울하게 부르느라 혼났다”고 엄살도 부렸다.

“아내한테 처음엔 창피해서 노래 만들었다는 얘기 안 했거든요. 나중에 자백을 했는데 ‘이런 거지 같은 노래 만들었냐’고 면박을 주더니, 점점 밖에 소문이 나니 좋아하더라고요. 하하하.” 심재경의 아내는 심재경과 같은 대학 노래패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심재경은 ‘큰일났네’를 낸 뒤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3차 촛불집회 무대에도 올랐다. ”처음엔 이 노래(‘큰일났네’)로 내게 (정치적인) 선입견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다. ‘큰일 났네’ 이후 ‘너무 억울해요’ 등을 추가로 만든 것을 두고 그는 “최씨가 너무 큰 걸 터트려서…”라며 웃었다.

쉰이 넘은 아들의 때 아닌(?) 반골 행동에 그의 어머니에게는 걱정이 쌓였다. 심재경은 “이번 설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니 노모께서 걱정을 늘어 놓으시더라”며 쑥스러워했다.

심재경은 대학교 1학년이던 198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우승한 뒤, 좀처럼 TV에서 볼 수 없었다. 팀 이미지와 맞지 않는 ‘명랑운동회’와 ‘쇼2000’ 같은 예능프로그램 섭외를 고사하고 나니 이후 방송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뚝 끊겼다. 그는 대학교에서 공연을 하며 가수의 꿈을 펼쳤다. 졸업을 한 뒤에는 광고회사와 외국계 마케팅회사 등을 다니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음악은 취미활동으로 즐겼다. 그는 현재 초등학교 동창들과도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다. ‘흥’이 많아 보였다. 그는 (음원 출시를 안 한)습작으로 ‘갱년기 부루스’를 만들기도 했다. “눈물이 난다 주르륵 헐 이건 뭐지”라고 하다 “아 어디 갔나 나의 남성 호르몬”이라며 고개 숙인 중년의 쓸쓸함을 익살스럽게 그린 노래다. 장난기 넘치는 그의 ‘최순실송’ 시리즈는 계속될까? 그는 “안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코믹한 걸 좋아해요. 일상 생활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 싶고요. 1집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했는데, 다음 앨범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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