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위주의 정책 강화 시사
성직자에도 정치활동 허용 추진
종교 빌미로 소수자 차별 우려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시간이 갈수록 보수 기독교 관점에서 이슬람과 대립 구도를 강조하는 ‘십자군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지지기반인 백인 기독교 신자를 의식한 것이지만, 기독교 이외 다른 종교와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미국인의 ‘종교 자유’를 수호한다면서도 외국인 입국 심사에서 ‘종교 검증’을 실시하고 1950년대 이래 금지되어 온 종교단체의 정치활동 허용 방침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자들에게 종교 및 개인의 자유라는 미국의 가치를 완전히 수용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급진 성향의 무슬림 입국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잡지 애틀랜틱도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적 국수주의 비전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성직자가 교회에서 (선거) 후보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허용하는 등 교회 내 정치적 표현의 한계를 없애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면세 혜택을 받는 종교 시설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1954년 이른바 ‘존슨 수정헌법’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존슨 수정헌법 폐지는 보수 기독교계의 승리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무슬림과의 대결구도를 강조하고, 보수 기독교계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 엉뚱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종교 이름으로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은 ‘연방정부가 기관ㆍ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활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다. 기독교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낙태나 동성애, 동성결혼 등에 대한 보수 기독교계의 부정적 시각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기독교 차원의 차별이 가능한 셈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을 대립 관계로 상정하는 정책이 거꾸로 중동지역에서는 소수자인 현지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국가의 기독교인을 우대하는 난민 정책을 채택하면서, 해당 지역 기독교 사회에서 새로운 박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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