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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월화수목금금금

입력
2017.02.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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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의 실태를 짐작하게 하는 기록물 중 하나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거론된다. 꼼꼼한 성격으로 검사 시절부터 업무 관련 메모를 해 모아 놓았다는 그의 비망록에 청와대 첫 출근한 날인 2014년 6월 14일 날짜와 함께 김기춘 비서실장 발언으로 보이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청와대에 간 뒤 “밤 10시 넘어 저녁 못 먹었다면서 ‘밥 달라’는 날도 잦아졌다”며 “쓰러져 자고 잠들면 일어나질 못했으며 전화 받곤 세수도 않은 채 양치만 하고 쫓기듯 출근했다”고 말했다.

▦ 격무에 시달리는 청와대 수석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노동운동사는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설립되던 1919년 조약 제1호로 ‘하루 8시간, 주 48시간 노동’을 정했다. 대공황기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 경험까지 반영해 주 40시간으로 더 줄인 것이 80여년 전 일이다. 미국과 서유럽은 물론 일본, 중국 등도 1990년대까지 대부분 ILO의 이 노동시간 기준을 도입했다.

▦ 한국이 주 40시간 노동을 근로기준법으로 정해 시행한 것은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4년이다. 하지만 그 후 지금까지도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연간 2,200시간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노동자 3명 중 한 명이 주 5일 근무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오죽하면 박근혜정부조차 OECD 평균(1,800시간)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다가온 대선에 나설 주자들이 ‘칼 퇴근’ ‘초과 근로 금지’ 등 너도나도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내놓겠는가.

▦ 고용노동부가 이달 중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며 제시한 ‘2023년까지 주 60시간 노동’이 논란이다. 행정지침으로 그간 가능했던 주 68시간(주 5일 40시간+연장 근로 한도 12시간+휴일 근로 하루 8시간)에서 줄어든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노동시간의 주간 기준을 ‘7일’이 아니라 ‘5일’로 잡았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는커녕 이를 토대로 법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정부의 다이어리에는 온통 ‘월화수목금금금’뿐인 것 같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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