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에이스는 단연 문성민(31)이다.
하지만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프로배구 V리그 홈경기의 주인공은 문성민이 아니었다.
라이트 공격수 송준호(26)였다. 그는 2세트 막판부터 교체 투입돼 완전히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선수 한 명이 이렇게 경기를 180도 바꿀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마법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다가 나머지 세트를 모조리 따내며 극적인 3-2(19-25 18-25 25-22 25-20 15-13)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이날 소중한 승리를 챙겼다. 현대캐피탈은 17승10패(승점 49)로 3위 우리카드(15승12패ㆍ승점 48)를 따돌리고 2위를 지켰다.
축구에 비유한다면 전반과 후반이 180도 다른 경기였다.
우리카드는 1,2세트에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리시브부터 속공, 블로킹, 시간차 공격 등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로 손쉽게 2-0으로 앞서갔다. 특히 우리캐피탈 센터 박진우(27)는 1,2세트에서 블로킹 4개 포함, 8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승부는 3세트부터 시작이었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은 2세트 막판 외국인 선수 톤 밴 랭크벨트(33)를 빼고 송준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톤은 ‘시한부’ 처지다. 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중도 교체를 이미 결정한 상황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최태웅 감독은 “(다른 외국인 선수) 오퍼를 넣었다. 답을 기다리고 있다. 톤은 오늘이라도 고별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탓인지 톤은 이날도 1,2세트에 기대에 못 미쳤다.
톤 대신 들어간 송준호가 ‘사고’를 쳤다.
송준호는 3세트에서 70%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는 순도 높은 공격으로 7점을 몰아넣어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4,5세트에서도 그는 단연 백미였다. 고비 때 서브에이스를 터뜨리고 승부처마다 강타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으며 홈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송준호는 이날 16점을 기록했다.
송준호 덕분에 흐름을 탄 현대캐피탈은 3세트부터 완벽하게 살아났다. 1,2세트에 상대에게 현저히 뒤졌던 블로킹이 좋아졌고 문성민도 착실하게 점수를 보태며 결국 드라마 같은 대역전승을 거머쥐었다. 문성민이 19점으로 이름값을 했고 최민호(29)가 13점, 박주형(30)이 11점으로 힘을 보탰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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