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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기찻길이 폭신폭신 산책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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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기찻길이 폭신폭신 산책길로

입력
2017.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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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선로 이전

부산 해운대구 폐철길 9.8㎞

그린레일웨이 사업 내년 말 완공

작년 말 완공된 1차 구간 가 보니

폭 8m 쭉 뻗은 길에 쉼터ㆍ광장…

“동네가 쾌적, 걷기 뛰기 너무 좋아”

부산시는 동해남부선 폐선구간을 공원과 산책로(가운데 길게 뻗은 길)로 재개발하는 '그린레일웨이' 조성사업 1차 구간(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고 1.6㎞)을 지난해 12월 29일 완공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부산시는 동해남부선 폐선구간을 공원과 산책로(가운데 길게 뻗은 길)로 재개발하는 '그린레일웨이' 조성사업 1차 구간(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고 1.6㎞)을 지난해 12월 29일 완공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기찻길이 공원으로 바뀌니 시끄럽던 동네가 쾌적해졌습니다.”

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올림픽교차로 인근 산책로에서 만난 박철묵(63)씨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함께 조깅을 하던 최선종(64)씨도 “사방이 탁 트인데다 경사도 없고 산책로 대부분이 직선이라 걷거나 뛰기에 너무 좋다”고 거들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이곳은 동해남부선 기차가 오가던 철길이었다. 양측으로 20층 이상의 아파트단지가 숲을 이룬 가운데 가끔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는 이 단선 철길은 외지인들에겐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도심의 애물단지였다.

이 도심 철길은 2013년 12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선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운명을 다했고, 이전 구간에 빈 공간이 생기자 부산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활용방안을 모색하다 2015년 9월부터 ‘그린레일웨이’사업을 진행, 쾌적한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 1935년 12월 동해남부선 부산 구간이 개통한 점을 감안하면 80여년 만에 철길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린레일웨이’는 선로 이전으로 생긴 9.8㎞(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동부산관광단지 경계)의 폐선부지를 산책로와 전망대, 관광공원, 녹지 등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부산시와 철도공단이 각각 316억원과 472억원의 사업비를 부담키로 했다. 전체 구간 공사는 내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1차 구간(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고 1.6㎞)은 지난해 12월 29일 준공했다. 국ㆍ시비 34억원이 들어간 이 구간은 철도 레일과 침목을 걷어내고 바닥에 흙을 새로 깔아 폭 8m의 녹지와 산책로, 쉼터와 광장, 운동시설로 재단장했다. 부산기계공고에서 동부산관광단지까지 2차 구간(3.4㎞)은 지난해 6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이 30% 정도다. 여기도 1차 구간처럼 산책로와 조깅길로 꾸며진다.

철길 인근에서 30년간 세탁소를 운영중인 변호혁(71)씨는 “수십년 기차 소리에 시달려온 우리로선 기찻길에 공원이 생긴 것은 귀중한 선물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공원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속한 개발을 요구하는 지역주민과 환경문제를 우려해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사이의 의견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부산시와 철도공단은 학계 전문가ㆍ시민(환경)단체ㆍ지역주민 등 38명의 시민계획단을 구성, 다섯 차례에 걸쳐 원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가운데서도 가장 논란이 된 구간은 해운대해수욕장 옆 미포에서 옛 송정역까지 4.8㎞. 1985년 10월 청사포 간첩선 침투사건을 계기로 철책이 설치되면서 30년간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자연훼손이 거의 없고, 바다를 끼고 있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때문에 이 구간 활용방안에 대한 공방으로 사업추진이 오랫동안 지연됐지만 최근 민자를 끌어들여 관광편의시설과 친환경 생태공원을 함께 조성하는 방안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철도공단은 올해 상반기 설계와 인ㆍ허가 절차 등을 거쳐 내년 7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확정된 사업계획은 국내 최고 관광지인 해운대의 위상에 맞게 풍경열차와 스카이바이크를 비롯한 ‘관광편의시설 설치’가 주요 골자다. 멸종위기종 부산꼬리풀과 해안지형, 지질공원 등이 보존된 친환경 생태공원도 함께 조성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최종 사업안에는 종전의 레일바이크 등 체험시설 7종 11곳을, 4종 4곳으로 크게 줄였다. 편의(체험)시설로는 스카이바이크(미포~청사포 2㎞), 풍경열차(미포~청사포~송정 4.8㎞), 미니기차와 포레스트 슬라이드(옛 송정역 내) 등이 설치된다.

또 청사포~옛 송정역에 계획됐던 스카이바이크는 주택가와 인접해 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미포~청사포로 옮겼다. 스카이바이크는 선로용으로 언덕쪽에 높이 7~12m의 기둥을 15m 간격으로 세우는 안이 제시됐으며, 기존 계획의 레일바이크는 제외했다.

버스 2대 정도 길이의 풍경열차(200명 정원)는 조깅속도 수준인 시속 15㎞의 속도로 레일을 달리며, 선로는 기존 폐선(너비 1.4m)을 활용, 시민들이 걷기 쉽게 바다 쪽으로 너비 2.5~3m의 인도를 만드는 한편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곳에는 데크를 덧대기로 했다.

여기에다 ‘자연친화형 해양생태공원’이라는 콘셉트가 추가돼 토종식물을 볼 수 있는 ‘해양식물트레일(4.8㎞)’, 퇴적암과 침식작용을 감상할 수 있는 ‘지오 트레일’도 함께 조성한다. 부산시와 공단 측은 공원조성 초기 단계부터 시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축제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며, 미포~옛 송정역 구간에는 풍경열차를 설치해 관광시설과 교통수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미포~청사포 구간에는 스카이바이크를 각각 설치, 관광객들이 달맞이 고개의 해안절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부와의 협업으로 버려진 폐선부지가 해운대의 새 명소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곧 관광객 유치와 고용창출 등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관광벨트가 만들어지면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을 것”이라며 “천혜의 해안절경 등 부산시민 모두의 자산인 만큼 세계적 친환경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꿔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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