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도 1년사이 2배 이상 급등… 신선식품이 물가급등 견인
향후 원화 약세ㆍ원자재 상승시 공산품ㆍ공공요금도 오를 듯
주부 이모(30)씨는 2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당근 6개 한 봉지(1㎏)를 5,700원에 샀다. 집으로 돌아와 가계부를 확인하니 1년 전엔 똑 같은 당근을 2,400원에 산 것으로 돼 있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개월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배추ㆍ무ㆍ당근ㆍ달걀 등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한 탓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화 약세로 수입 가격마저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통화 당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이날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보다 0.9%, 지난해 1월에 비해선 2.0%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폭으로 볼 때 2012년 10월(2.1%)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8월 0.4~1.1%로 안정적 모습을 보이다 9월 이후 1%대 중반 수준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들어 결국 4년 3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섰다.
‘물가 서프라이즈’는 채소 등 신선식품(어패류ㆍ채소ㆍ과일) 가격이 1년 사이 최대 2배 이상 오른 데에 기인한다. 실제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월에 비해 12.0%나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간 것이기도 하다. 어패류(6.0%)와 과실(9.6%)도 많이 올랐지만 채소(17.8%)의 상승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당근(125.3%)과 무(113.0%) 가격이 1년 사이 배 이상 올랐다. 배추(78.8%) 달걀(61.9%) 귤(39.3%) 토마토(37.0%) 등 소비선호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이는 지난해 가을 태풍 차바의 여파로 주요 농산물의 유실ㆍ침수 피해가 발생한 데다가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달걀 생산ㆍ유통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채소류 가격의 강세는 봄 채소가 출하될 때까지 수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신선식품 가격이 안정된다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에너지 가격이 올라 소비자물가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와 환율의 상승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연 평균 배럴당 41달러 안팎이었던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3분기에는 52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그 동안 채소가격 강세에도 전체 물가 상승률 급등을 막아줬던 공산품과 공공요금(가스ㆍ전기 등) 고삐까지 풀려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높은 수준의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에도 주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일각에선 기준금리(현재 1.25%)를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고물가 상황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가 없다. 고물가는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함께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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