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99. 열다섯 살 푸들 영이
5년 전 할아버지가 열 살 정도 된 갈색 푸들을 데리고 한 애견숍에 들어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개가 나이가 들고 병에 걸렸다며 이 개를 맡아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가게 주인은 안 된다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막무가내로 개를 매장에 버리고 갔고, 개는 그렇게 홀로 남겨졌습니다.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개가 안타까웠던 가게 주인은 새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병원에 데려가 건강 검진을 했습니다. 결과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고, 호르몬 질환 등으로 등의 털은 모두 빠진 상태였습니다. 주인은 치료비 등이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안락사를 하는 보호소에 보낼 수 없었고,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이(15세 추정·수컷)가 치료를 마치고 보호소에 들어온 지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교도 많지만 절대 떼를 쓰는 법은 없습니다.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무엇보다 나이에 비해 활발하며 산책을 즐깁니다. 특히 여름에는 물그릇 안에 발을 담그고 놀기도 하는 등 물장난 치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영이도 추운 겨울이 되고 새해가 되자 움직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활동가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영이의 노후를 따뜻하게 함께 해줄 가족 어디 안 계실까요. 물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영이가 올 여름에는 가족을 만나 수영장도 가고 계곡도 가고 즐겁게 지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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