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중소면세점 대주주 불가
지분 30% 받아도 사업권 취소돼
경영위기설이 제기된 동화면세점이 호텔신라에게 갚을 돈 대신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재차 확인하며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호텔신라는 인수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인데다 대기업이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어 경영권 인수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동화면세점은 2일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라 풋옵션(매도청구권) 담보로 맡긴 주식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12월 16일 호텔신라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2013년 5월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에게 600억원을 빌려주면서 매입한 동화면세점의 주식 19.9%(35만8,200주) 외에 김 회장이 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받기로 한 담보주식 30.2%(54만3,600주)를 추가로 취득하게 돼 동화면세점 지분 50.1%를 소유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을 맡아 운영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며, 동화면세점이 중소·중견면세점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관세법에 따라 자산총액이 1조원 이상인 법인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의 지분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금하기 때문에 호텔신라가 최대주주가 되면 사업특허권 취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관세청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소·중견면세점 특허는 유지해야 하기에 양측이 원만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도 동화면세점 인수설에 대해 “애초에 동화면세점을 인수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굳이 풋옵션을 설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김 회장이 채무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동화면세점 측과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면세점이 여행사에 지급한 수수료가 1조원에 육박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단체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한 면세점의 출혈경쟁이 심화해 지난해 전국 22개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한 송객 수수료(리베이트)가 9,672억원으로 전년 보다 71.8% 증가했다. 송객 수수료율이 대기업면세점은 평균 20.1%, 중소ㆍ중견면세점은 26.1%에 달해 매출에 비해 실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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