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서양 근대문학과는 다릅니다. 한자문화권이 아니면 (뜻과 감성을) 온전히 옮기기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서양에 번역되기 힘들고 평가를 많이 받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소세키 인물론에서 시작해 문장론, 번역론으로 이어진 강연이었다. 1일 오후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아침 4단지 워켄드 아크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릴레이콘서트. 지난해 ‘나쓰메 소세키 전집’으로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번역가 송태욱씨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는 멋쩍은 소개와 달리 일본 국민작가 소세키에 관한 준비된 소개와 번역가의 시선에서 본 소세키 문장의 매력, 그의 문장들을 오늘날 한국어로 옮기는 데에 필요했던 원칙 등을 막힘 없이 풀어갔다.
“소세키는 전기적인 상황이 대단히 중요해요. 소설 속 에피소드는 실제 경험을 다룬 거거든요.” 50대 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세키는 “부끄러운 자식”이었고 곧 고물상 부부에게 입양된다. 길거리 광주리에 누워있는 소세키를 발견한 누이가 그를 다시 생가에 데려오고, 소세키는 파양과 입양을 반복하는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이런 경험은 소설 ‘한눈팔기’ 등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셋째 형수 도세와의 미묘한 관계가 대표작 ‘행인’으로 변주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준비한 강연과 청중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번갈아 이어간 송씨는 “소세키 작품 중 인상적인 구절”을 묻는 질문에 가장 힘들게 번역한 소설 ‘우미인초’의 한 구절 ‘자극의 주머니에 대고 문명을 체로 치면 박람회가 된다’를 꼽았다. “(문명이 만든) 자극의 정수를 모아 놓은 것이 박람회라는 뜻인데, 박람회에 관해 그 이상의 다른 말이 필요 없더라고요. 멋진데 사실은 비문이거든요. 그럼에도 읽는 맛이 나는, 표현이 대단히 좋은 문장이죠.”
문장 한 줄 한 줄이 감성과 사유를 집약한 “어떤 페이지라도 이야기에 상관없이 펼쳐 읽을 수 있는”, “각 소설마다의 문체가 다른” 소세키의 작품에 대한 찬사는, 곧 그런 소설을 100년이 지난 타국의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했다는 번역가 자신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저는 (작가가)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렇게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말하지 않은 부분에 있죠. 사람은 유서를 써도 읽을 사람을 의식하고 자기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거든요. 소세키는 말할 수 없는 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집니다.”
강연 말미 소세키 소설을 번역하며 염두에 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번역은 해석”이라는 답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확하다는 건 분위기와 의미가 다 포함되는 거죠. 편의상 직역과 의역을 말하는데 현실에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직역은 서툰 거고 의역은 얼버무리는 거죠. 정확하게 이해했으면 정확한 한국어가 나오죠.”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