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이 벽에 부딪혔다. 이르면 3일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계획이었으나 청와대가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팀의 압수수색 방침이 전해지자 “특검팀이 (경내로) 들어오고 싶다고 하지만 들어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 압수수색 때도 이 규정을 들어 청와대 진입을 불허했다. 그때처럼 특검팀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 목록을 알려주면 청와대가 해당 자료를 찾아 전달해 주겠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결국 청와대가 건네주는 자료만 받아 수사하라는 얘기니 앞뒤가 바뀐 셈이다.
현재 청와대는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자 피의자 격이다. 국가 비밀 운운하며 특검팀 수사를 거부할 위치에 있지 않다. 압수수색 거부 근거로 형사소송법을 들지만 110조 2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현 시점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실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것만큼 국가 중대사는 없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주요 문건 유출, 세월호 7시간 행적 규명에 필요한 청와대 의무실이나 경호실의 업무일지 등이 군사보안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청와대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증거인멸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수사 착수 직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대책회의가 열려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의 각종 자료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보존, 관리돼야 한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앞서 물증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인 동시에 청와대의 증거 인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정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놓고도 청와대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비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특검팀은 수사 일정을 감안해 이달 초 조사를 요청했으나 청와대는 시기를 늦추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조사 장소도 경호상 문제를 들어 청와대 경내를 고집하고 있다. 말로는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속셈이 역력하다. 그럴수록 국민의 분노와 저항이 더 커질 뿐이라는 것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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