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참모들에게 “상의 못해 미안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일 대선 불출마 소식에 마포 예비캠프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반 전 총장이 핵심 측근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하차 결심과 불출마 선언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도 반 전 총장이 여야 대표들을 만나 ‘개헌 전도사’역할에 충실했던 터라 참모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심은 캠프 참모 누구 하나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일부 언론에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캠프 관계자들은 취재진들에게 합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한쪽에서는 3일 여의도 대하빌딩의 200평짜리 사무실로 캠프를 이전하는 작업 때문에 분주했다. 반 전 총장도 이날 오전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를 예방하고 기자회견 직전인 오후 3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는 등 공식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이때까지도 참모들에게 불출마와 관련해 아무 귀띔이 없었던 것이다.
반 전 총장의 기자회견 사실이 알려진 3시쯤에도 캠프 주변이나 취재진은 ‘개헌 관련 부가 설명’ 정도로 이해를 했다. 하지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반 전 총장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오후 4시쯤 이도운 대변인을 비롯해 이상일 전 의원,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 김장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캠프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마포 캠프 사무실로 돌아갔다. 캠프 건물 외부에서부터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분위기는 삼엄했다. 이날 캠프에는 참모진 20여명이 모였으며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아마 한 사람이라도 상의했다면 뜯어 말렸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한 참모는 “우리도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방송에 나오는 기자회견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