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취업보고서 제출토록 의무화
비자 프로그램 행정명령 초안 공개
투자이민 금액도 135만弗로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전문인력 비자 발급을 제한하려는 조치도 가시화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발급 요건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공개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프로그램 관련 행정명령 초안은 H-1B 비자 발급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이 비자는 회계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등 외국인 전문직 인재들에게 내주는 비자로 매년 8만5,000건 가량 발급된다. 최대 6년 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고, 실력이 검증되면 고용주가 영주권 취득을 지원해 줘 ‘영주권 징검다리 비자’로 인기가 높다. 행정명령 초안은 비자 소지자들이 취업 관련 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 비자 소지자들이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정보를 대폭 줄였다.
이미 H-1B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대표적으로 조 로프그렌 하원의원(민주당)이 지난 주 발의한 ‘전문직 신뢰공정성 법안’은 외국인 전문직 고용주가 H-1B 비자 소지자에게 지급하는 최저연봉을 현행 6만 달러에서 13만 달러로 높이도록 하고 있다. 현행 비자 관련 법이 외국인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외주 기업들이 값싼 비용으로 외국인들을 고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H-1B 비자 발급요건을 강화하면 정보통신(IT) 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이 비자발급에 부정적이다. 법안 통과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H-1B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시키거나, 비자 유효 기간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투자이민비자(EB-5)의 신청요건을 최소 투자금 50만 달러에서 135만 달러로 인상하는 등 투자 이민 역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행정명령에 따르면 국토안보부와 국무부는 미국 비시민권자가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미국에 와서 출산하는 ‘원정출산’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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