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상한 외모와 촉촉한 눈빛이 여심을 사로잡을 만 한다. 멜로나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더 잘 어울린다 생각할 수 있다. 배우 지창욱(30)에 대한 편견이다. 그는 최근까지 “맞고 뛰고 구르는” 액션 드라마에 출연해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비밀요원처럼 일사천리로 뒷일을 봐주는 심부름꾼(KBS2 드라마 ‘힐러’)이었다가 대선 후보의 딸을 지키는 보디가드(tvN 드라마‘더 K2’)가 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검증된 액션스타라고 할까. 데뷔 10년 만에 그가 택한 첫 주연 영화 ‘조작된 도시’(9일 개봉)도 ‘지창욱표’ 액션을 무기로 활용한다. 지창욱의, 지창욱에 의한, 지창욱을 위한 영화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창욱은 “첫 주연 영화라는 게 이렇게 부담스러운 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영화 시작부터 한 시간 가량 혼자서 영화를 끌고 간다. 게임에 미쳐 PC방에서 사는 백수에서 갑작스럽게 살인자 누명을 쓰고 교도소로 끌려갔다가 탈출까지 감행하는 인물 권유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폭력으로 온갖 고통을 겪다가 교도소를 탈출하는 권유의 모습은 영화 ‘쇼생크 탈출’(1994)의 앤디(팀 로빈스)를 보는 듯하고,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서는 건 ‘도망자’(1993)의 킴블(해리슨 포드) 박사를 떠오르게 한다.
다이내믹한 장면들이 이어지니 지창욱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박광현 감독을 많이 의지했다. 처음 주연을 맡은 데다 고난도의 총격, 격투, 차량추격 장면이 잇달아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잘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연출자에게 의지를 가장 많이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지창욱에게 영화계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다가 제작이 무산됐던 영화도 여러 편이었고, 특별출연으로 참여했던 ‘서부전선’(2015)과 ‘남자사용설명서’(2010)는 아예 편집되며 스크린에 등장하지 못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영화와 인연이 없었다”는 그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조작된 도시’가 그에겐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만화 같은 설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상상이 안 됐거든요. 처음엔 온순한 성격이었다가 폭력적이고 복수에 치를 떠는 인물로의 변화도 쉽지 않았죠. 액션에 감정까지 넣어야 했으니 만만한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지창욱의 연기 열정은 의도치 않은 사고를 부르기도 했다. 영화에 변호사로 등장하는 상대 배우 오정세를 구타하는 장면을 연기하다가 그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게 됐다. 리허설을 많이 해 부상 걱정을 그리 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배우가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카메라 앞에서 이성을 잃는 건 정말 위험하다는 걸 배우게 됐습니다.”
연기에 눈을 떠갈 때가 됐는데 군대라는 복병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올해 안에 입대를 해야 한다. 그는 “시간상으로 영화를 더 하진 못할 것 같다”면서도 한 작품 더 출연하고 입대하기를 바랐다. “요새는 군입대해도 눈 깜짝할 사이면 제대한다고들 하시잖아요. 건강한 모습으로 군생활도 잘하고 싶어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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