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외압설에 휘말리기도 했던 KBS2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정치풍자개그가 최근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언어유희가 살아있는 풍자 대신 유행어에 치중한 일차원적 개그가 반복되면서 정치풍자의 묘미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9일 명절 연휴 중에 방영된 ‘개그콘서트’의 코너 ‘대통형’에서는 개그우먼 이수지가 최순실씨로 분장해 새로움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시청률은 8.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1주일 전인 22일 방송(9.3%)보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개그콘서트’는 명절에 가족끼리 보기 좋은 프로그램으로 꼽혔지만 이마저도 옛말이 된 것이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참여 게시판에는 “정치풍자개그가 재미없다”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인 PD 교체설이 돌 정도로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던 지난 연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통형’의 정치풍자개그는 일차원적인 패러디를 남발하며 식상함을 안기고 있다. 29일 방송에서 이수지는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저는 억울해요. 어떻게 애들까지”라며 특검에 소환돼 고성을 지르는 최씨의 모습을 재연했다. 최씨가 주도한 국정농단 사태를 기발한 방식으로 꼬집기보다 흉내내기에만 그쳤다. 국무총리로 분한 개그맨 유민상은 대통령(서태훈)이 피곤해 할 때마다 “백옥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어떤 걸로 맞으시겠어요?”라며 주사기를 꺼내 든다. 반전이 없는 패러디와 조롱이 한 코너에 쏟아지듯 나오니 풍자는 사라지고 깊이 없는 ‘정치개그’만 난무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촛불집회의 자유발언, 플랜카드, 패러디 동영상 등 풍자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는 대중의 눈높이를 따라가기엔 아직 부족한 셈이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개그콘서트’가 참신한 개그 코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며 “좋은 개그 프로그램은 단발성 웃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무대가 끝난 후에도 대중에게 얘깃거리가 되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