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의 경우 유달리 제복과 훈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제복 입은 신사들을 존중해주고 있다.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골구석 구석에도 제복 입은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은 그 공동체의 상징이고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를 거치며 제복의 명예와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2014년 10월 미국 서부 포틀랜드를 출발한 유에스 에어웨이 비행기에는 미 육군 특공부대 소속인 엘버트 마를 상사가 타고 있었다. 그가 전쟁터에서 받은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상의를 벗어 옷장에 보관해 달라고 승무원에게 요구하자, 승무원은 ‘규정상 옷장은 1등석 승객만 사용할 수 있다’고 거부했다. 마를 상사의 좌석은 이코노미로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옆 좌석 승객들이 항의를 하였고, 이 소리가 일등석까지 들리자 이번에는 일등석 승객들이 앞 다퉈 일어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귀하에게 존경을 보낸다’며 자리를 양보하게 이르렀다. 이에 마를 상사는 정중하게 자리를 사양하면서 다만 ‘이 영광스러운 군복이 구겨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하여 상의만 일등석의 옷장에 보관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일등석 승객이나 군복만을 보관시킨 상사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 알려져 미국 국민들의 자긍심을 제고시켰다.
지난 달 17일, 정부는 해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황기철 예비역 대장에게 뒤늦게나마 보국훈장을 수여키로 했다. 참모총장 임기를 마치면서도 방산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훈장을 못 받고 전역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역 후 두 달 만에 구속 기소되었다.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은 황 제독이 2009년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성능이 미달하는 선체 고정 음파탐지기가 납품되도록 시험평가 서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했고,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1,2심에 이어 지난해 9월에는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하였고 혐의를 벗었다. 37년간 청렴한 군 생활을 하였고, 참모총장을 하면서도 아내에게 관용차를 사적으로 내주지 않을 정도로 공사의 구분이 분명했고, 세월호 사건 때는 통영함 출동을 제일 먼저 지시하기도 했다. 여론 몰이로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았다. 교도소에서는 죄수 여럿과 함께 지냈다고 하며, 그를 면회한 지인은 ‘하루는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명예를 먹고 사는 군인에게 이보다 더 큰 치욕은 없다. 전쟁에서 패한 적장에게도 이런 대우는 마땅치 않는 법이다. 그간의 심적, 물적 상처를 생각하면 훈장 하나 준다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이런 유사 사례가 황기철 제독 한 사람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명예 회복은커녕 살길조차 막막한 게 현실이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물증도 없이 의혹이 부풀려지고,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구속을 남발하는 등 성과 올리기 수사에 급급한 결과일 것이다. 판결 후 검찰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했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 했다.
어느 나라 군대건 사건사고는 있기 마련인데 비리를 척결하는 처방이 지나쳐 군 전체의 문제로 호도하거나 제복을 비하시키는 일은 삼가야 한다. 군인은 제복 입은 자기 모습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국민은 제복 입은 신사를 존경하고 예우하는 나라라야 제복 입은 사람들이 위기가 왔을 때 기꺼이 목숨을 바치게 된다. 제복을 명예스럽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풍토가 우리 사회의 문화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제복의 위상이 바로 그 나라의 품격이고 상징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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