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고려시대 관세음경 ‘묘법연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 ▦조선시대 최초의 구리활자인 계미자로 인출된 풍수지리서 ‘지리전서동림조담’ ▦전존본 중 가장 권수가 많은 삼성미술관 리움소장본 ‘송조표전총류’ ▦이화여대박물관 소장 ‘백자철화 매죽문 시명호’, ‘백자청화 매조죽문 호’ 2점을 국가문화재로 신청한다고 1일 밝혔다.
‘묘법연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은 한반도 관음신앙의 근본 경전으로, 연화경 28품 중 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독립된 경전으로 만든 것이다. 본 신청본은 전체 4장의 분량으로 구성돼 있고, 권말제(卷末題) 맨 끝에 ‘지원12년을해2월일 산인선린사’라는 연대 및 간행 기록이 포함돼 있어 고려 충렬왕 1년(1275년)에 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지정 신청본은 4장 분량에 불과하나, 고려시대 간행본으로는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
지리전서동림조담의 ‘지리전서’라는 명칭은 서사(書肆)에서 풍수지리서들을 종류별로 모으고 그것을 판각해 팔면서 나온 명칭이다. ‘동림’은 곽박이 지은 점복서로서 매우 신통하게 맞았다고 하며, ‘조담’은 조담경(照膽鏡)을 가리키는 말로 사람의 속을 다 비추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이 책은 모든 이면을 들여다보는 신통한 물건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추정된다.
‘송조표전총류’는 국가의 각종 의전(儀典)을 유형별로 분류해 편찬한 책이다. 송나라에서 제왕에게 올리는 표(表)와 전(箋)의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작성한 표전이 모태가 됐다.
‘백자철화 매죽문 시명호’는 표면에는 철화안료를 사용해 양면으로 매화와 대나무를 그려 넣었고, 매죽문 사이에는 조선 중기 문인인 이정구의 오언절구 ‘취서변명’의 구절을 필사했다. 이정구는 신흠, 장유, 이식과 함께 조선중기 문장의 4대가로 꼽히며 문집 역시 1636년 초간 이래 1688년과 1720년에 중간되는 등 문장에 이름이 높았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시명 백자들에 인용된 시가 대부분 중국 시구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것과 달리, 원본 출처가 분명한 조선 유명 문인의 시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백자 문양으로 채용됐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백자청화 매조죽문 호’는 조선전기 청화백자에서 유행한 매조죽문으로 두 줄기의 매화 가지와 대나무를 배경으로 네 마리 종달새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종속문양대를 따로 두르지 않고 기면 전체를 화폭으로 삼아 세밀하게 묘사한 회화적인 표현 수법이 뛰어나다.
2점 모두 이화여대박물관 소장품으로 16~17세기 경기 광주군일대에 설치된 관영 사기제조장에서 제작된 관요산 최고급 항아리다.
정상훈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이번 국가문화재 신청으로 서울시 문화재를 제도적으로 보존하고, 앞으로도 서울시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유물들을 꾸준히 발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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