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대변인 박재원이 간다] <9> 사교육 경험 풍부한 3인 인터뷰
2015년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월평균 6만6,000원인데 비해, 700만원 이상 가구는 42만원이나 된다. 사교육 참여율도 각각 32.1%와 82.8%로 크게 벌어져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아이의 미래에라도 희망을 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돈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자식 교육까지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급기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대선 후보들에게 ‘나쁜 사교육 금지’를 공약으로 수용할 것을 호소했다.
그간 사교육에 관한 논의는 많았지만 색다른 접근을 해 보고 싶었다. 학부모 처지에서 나쁜 사교육과 이로 인한 사교육비 낭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가성비, 즉 철저하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사교육 문제를 다루려 한다. 실효성 있는 얘기를 듣기 위해 사교육 경험이 풍부한 전문강사 및 대학생 등 3명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사교육이 꼭 필요한지 물었다. 전성철 강사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어려운 수능’이 출제될 것에 대비하고, 입시 전략과 준비 방법에 대해 학교 교사들의 견해가 다를 경우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특정 과목(특히 탐구 과목)의 경우 학교 수업이 불충분할 수 있다. 또 수험생 심리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은식 강사는 “세계 최정상급 한국식 교육 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소경환씨는 “현행 입시제도에서 공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를 보완할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3명 모두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교육’을 물었다. 전 강사는 “학생 선택이 아니라, 부모가 대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가 요구하는 강제 공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사교육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결국 나중에 문제가 된다. 최근 ‘댓글 알바’에 낚여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강의를 선택했다가 후회하는 수험생도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최 강사는 “예습^복습은 거의 못 하고 온종일 수업만 듣는 학생들이 있다. 이런 경우 자기가 잘못하고 틀린 부분을 치밀하게 살피는 교정 과정에 소홀해 지기 쉽다”고 했고 소씨는 “너무 ‘떠먹여 주기 식’ ‘대신해 주기 식’ 사교육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효용’을 넘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본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교육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최 강사는 “내게 맞는 인터넷 강의를 신중하게 고르고, ‘다시 듣기’를 반복했다”면서 “건강한 공부 습관을 돕고 자기 주도학습능력을 높이는 사교육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소씨는 “수능이란 무엇인지 시험의 성격을 알려 주고 과목별 공부 방향을 제시해 준 강의가 도움이 됐다”고 했고, 전 강사는 “왜 이제까지의 공부가 실패했는지 스스로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준 강의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세 대담자 모두 “사교육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효과로 나타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 상품은 다른 영역과는 달리, 자기만의 니즈(needs)가 분명해야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씨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교육이 도움된다”라고 했고, 최 강사는 “교육 상품에 학생을 맞추는 게 아니라, 학생에게 상품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 강사는 “다른 사람의 평가, 특히 ‘최상위권 학생’의 막연한 평가를 통해 ‘좋은 교육 상품’과 ‘나쁜 상품’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혹은 다수가 선택했다고 해서 좋은 교육상품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한 뒤, 분명한 판단 기준을 갖고 적합한 사교육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물었다. 소씨는 “공교육의 내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소씨는 “학생은 기본적으로 학교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다”면서 “사교육이 등장한 것은 결국 공교육 자체가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생 역시 공교육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강사는 “학교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사교육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강사는 “강의 중에서 나의 학습 성향과 잘 맞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학교 수업 외의 도움이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교육을 이용하는지, 혹시 이용 중인 사교육 분량이 지나쳐서 제대로 소화를 못 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교육 상품을 알아와서 강요하는 비자발적 학습 구조는 오히려 학습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최종 선택은 아이가 할 수 있도록 하되, 잘 맞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는 자유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강사는 “내신 등급, 모의고사 점수 등 표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자기에게 적합한 학습의 종류와 양, 그리고 체력과 마음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교육을 선택한다면,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강사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개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강사는 “인터넷도 안 되는 산골 기숙학원에 강제로 집어넣어 공부를 시키든, 과목별로 대치동 1타 강사(최소 스타 강사) 강의만 모두 구매해 공부를 시키든, 학습자 스스로 관심 없는 공부에 갑자기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될 정도로 사람의 생각이 단순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학창시절 제대로 보지 않고 버린 책들, 대표적으로 ‘수학의 정석’이 떠올랐다. 버려지는 사교육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기에 부작용까지 발생하는 사교육이라면 정말 경계해야 한다. 교육 논리가 아닌, 시장 논리에 충실한 사교육에 대한 경고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내 아이의 미래까지 포기할 수 없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사교육비를 쓰고 있지만 낭비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사교육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구매 효과나 부작용을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 강사는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활용이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렇게 되려면 방어적인 사교육비 절감이 아니라 공격적인 절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고 실제 효과가 예상되는 사교육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부모의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의 오용과 남용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는 매우 훌륭한 부모들의 모습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학원에라도 보내지 않으면 아이가 더 망가질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교육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그런 아이를 사교육으로 내몰아 강제 공부노동을 시키는 것은 아이를 확실하게 망치는 지름길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과잉 진료가 있듯이 사교육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돈이 많다고 방심할 일도, 없다고 주눅이 들 일도 아닌 것이 자식교육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인데 그다지 돈이 들지 않는 일이다. 심리검사를 받지 않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부모가 되면 되기 때문이다. 사교육 효과는 구매자인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절대 액수가 아니라 사용자인 학생의 태도와 활용능력에 달려 있다. 행복한공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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