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보수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황 대행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10%나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황 대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도 된다는 국민의 허락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만약 그 분이 우리당에 온다고 하면 저희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보수 진영이 그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보수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지율이 하락세인 반면 황 대행은 상승세를 타며 여권 주자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박사모’가 주도하는 ‘태극기 집회’에서 황 대행 출마 요구가 많다. 새누리당은 충청 의원들의 탈당을 막는 등 여권 내 친반기문 세력의 영향력 차단 효과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파탄의 핵심인 새누리당이 자숙하기는커녕 자신들도 대통령 후보를 내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국민 반응은 대체적으로 싸늘하다. “폐족을 선언해도 모자랄 판에 후보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대행의 애매한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이 잇따른다.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SNS에서 황 대행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그리 되면 보수는 무리수를 내서라도 권력만 탐하는 족속이라는 좋은 교훈을 남기겠군요”라고 꼬집었다.
황 대행은 국정 파탄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할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다. 실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총리직에서 경질됐으나 대통령 직무정지 탓에 운 좋게 권한대행을 맡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이 뽑힐 때까지 권력 이양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한 새누리당을 등에 업고 군부대ㆍ시장 방문 등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23일에는 대통령 코스프레라는 비아냥을 사면서까지 강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은 듯한 답변을 했다.
그가 만일 국정수습의 책임을 방기하고 대선 출마를 강행하려 한다면 국정공백과 혼선의 주범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황 대행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공정한 대선 관리와 국정 안정화에 매진하기 바란다. 민심을 외면하고 헛된 꿈을 꾸다가는 그간 쌓아 온 성실한 관료 이미지마저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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