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에 中 동시방송 무산 불구
2회 시청률 16.3%로 수목극 1위
시간 교차 방식의 설정 촌스럽고
송승헌과 시너지 효과 아직 의문
이영애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2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세간의 눈길을 끈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가 지난 26일 1, 2회 연속 방송됐다. ‘한한령’(중국 정부의 한류 제한 조치)으로 중국 동시 방송이 무산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첫 방송은 일단 순조롭다. 1회 15.6%(닐슨코리아 기준), 2회 16.3%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수목극을 모두 제쳤다. 온라인에선 이영애가 드라마에서 선보인 패션과 메이크업이 유행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임당’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탈리아에서 사임당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수진방 일기’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지윤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사임당의 비밀을 풀어내는 형식을 띄고 있다. 평행우주론을 활용해 틀에 박힌 서사 구조를 깼지만 문제는 개연성이다. 극 배경이 조선시대로 넘어가면, 긴장감이 확 떨어진다. 시간 강사의 설움 등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추리물 형식을 도입한 현대에서의 에피소드와 비교해 과거에서 펼쳐지는 사극 신들이 너무 진부한 인상을 준 탓이다. 초기엔 이영애 효과에 기댄다지만 탄탄한 극적 전개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시청률 고공비행을 보장할 수 없다.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모여 ‘사임당’이 풀어야 할 숙제를 짚어봤다.
양승준 기자(양)=“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동일 인물들을 어떻게 오고 가게 할 건지 연결 고리가 중요한데, 서지윤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과거로 간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수단과 계기를 어렵게 풀어 몰입을 방해한 MBC 드라마 ‘W’의 그림자가 보였다. 타임슬립을 활용한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향’이라는 매개를 명확히 인지시켜 과거로 돌아간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반면 ‘사임당’은 시간 교차 방식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진다.”
강은영 기자(강)=“’사임담’의 박은령 작가는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 등에서 이 시대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잘 다뤄 기대가 컸다. 그러나 요즘 세련된 타임슬립 소재의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이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소라 기자(이)=“서지윤이 과거로 돌아가는 데 중요한 장치로 활용되는 게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수진방 일기’와 의문의 미인도다. ‘왜 하필 이탈리아인가’ 의문이 남는다. 단순히 화보 같은 아름다운 장면을 위해서라면 불필요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라 미리 말하기 어렵지만 결말과 얽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
강=“연결 장치는 부족하고 이영애의 스타성에 의존해 간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 시간대 방송을 보는 4050세대 시청자를 타깃으로 이영애를 캐스팅한 SBS의 전략이 통했다. 인터넷을 보면 주부 시청자들이 이영애의 뽀얗고 잡티 없는 피부 등 늙지 않는 얼굴을 감상하느라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는 글도 여럿 있더라. 이영애가 나오는 모든 장면이 화장품 CF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고혹적이다.”
이=“‘사임당’의 윤상호 PD가 5만원 권에 박제된 고루한 사임당의 이미지가 아닌 억척스러운 옆집 아줌마 사임당의 이미지를 그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성인이 된 사임당은 늘 우리가 생각한 고전적인 이미지의 사임당이 맞더라. 이영애의 연기를 봤을 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양=“이영애를 받쳐주는 인물도 없다. 그의 친구로 등장하는 배우 박준면과 후배로 등장하는 신인 양세종도 주인공을 받쳐주기엔 캐릭터가 약하다. 지난 25일 종방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도 전지현 미모만 ‘열일’한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살인마 역의 성동일, 계모 역의 황신혜와 같은 배우들이 긴장감을 불어넣고 극의 중심을 잡았다.”
강=“이영애의 상대역인 송승헌도 연기력보다 구축된 이미지를 활용하는 배우라 두 사람이 어떤 시너지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임당’이 ‘푸른 바다의 전설’과 같은 전철을 밟는 듯해 우려가 된다. 해외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구조나 여배우를 내세운 마케팅 등 두 작품이 많이 닮았다. ‘이영애 효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뻔한 이야기를 볼거리 있게 만들지, 아님 뻔하기만 한 작품으로 남을지 두고 볼 일이다.”
양=“‘푸른 바다의 전설’보다는 낙관적으로 본다. 인어와 사기꾼의 만남부터 설득력이 떨어져 몰입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임당’은 여성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다뤘다. 최근 사회적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영애가 그릴 워킹맘의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강=“현대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서지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부분은 주부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 요소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으로 사임당도 우리가 아는 현모양처가 아닌 천재화가 사임당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박은령 작가가 ‘대장금’이 세계적으로 흥행한 이유로 전통 음식과 한복의 고유한 색감으로 해외 시청자에게 볼거리를 준 점을 꼽았다. 그래서 ‘사임당’도 민화 등을 통해 한국적 색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양=“조선시대를 그리는 방식을 보면 아시아 진출을 고려한 것이 느껴진다. 한국 문화를 아시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는 건 재미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인데 중국 진출이 막혀서 아쉽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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