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ㆍ영화 1, 2부로 나누어 편성
“광고 효율성 높이기 위한 자구책”
방송사들, 꼼수에 군색한 변명
지난 설 연휴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의도된 실험 무대였다. MBC와 SBS가 설날 특집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편성한 것부터 수상쩍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광고가 튀어 나왔다. 1분 동안 15초 내외의 광고 4~5개를 붙이기 위해 지상파는 눈총을 감수하며 실험을 강행했다. 눈치가 보였는지 친절하게 60초 시간 자막까지 넣어줬다.
연휴 첫 날인 27일부터 MBC와 SBS의 낯뜨거운 전쟁은 시작됐다. MBC는 재방송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김구라 한은정 등이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을 1, 2부로 편성했다. SBS도 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특선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시작으로, ‘K팝스타 6- 더 라스트 찬스’,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 ‘생 리얼수업 초등학쌤’ 4개 프로그램을 잇달아 1,2부로 나눠 내보냈다.
그나마 KBS는 양심이 있다고 해야겠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2TV에서 방영한 설특집 영화에 1,2부를 붙여 편성했다. 심지어 EBS까지 고전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반으로 나눠 시간표에 넣었다. 명절에 방영되는 영화가 시청률이 높다는 계산이 반영된 결과였다. 프로그램 중간을 싹둑 잘라 1분 이상 동안 치고 빠지는 치밀한 광고전략을 짠 셈이다.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종편) 채널에만 허용된 중간광고를 지상파가 은근슬쩍 시청자에게 들이민 일종의 ‘꼼수’였다.
지상파의 변칙 편성은 지난 추석 때 본격화됐다. 당시 MBC ‘톡 쏘는 사이’와 SBS ‘씬스틸러’ 등이 1,2부로 편성되면서 서서히 꼼수 중간광고 전략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설 연휴 때만 해도 지상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SBS는 설특집 ‘아이돌 생존쑈- 사장님이 보고 있다’와 ‘먹스타 총출동’ 등 2시간 이상 프로그램도 끊김 없이 그대로 내보냈다. MBC도 2시간 10분짜리 ‘듀엣가요제’를 죽 방송했다. KBS도 ‘극비수사’ ‘표적’ ‘스물’ 등 영화를 반으로 나눠 편성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이 같은 변칙을 주말 프라임 시간대 방송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적용하고 있다. MBC는 ‘일밤’의 ‘복면가왕’과 ‘은밀하게 위대하게’ 사이에, SBS도 ‘일요일이 좋다’는 간판 아래 ‘런닝맨’과 ‘꽃놀이패’를 반으로 나눠 광고를 넣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1부와 2부 끝에 프로그램 타이틀을 거는 등 방송법에 어긋나지 않게 광고 형태만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런 꼼수를 두고 “법 테두리 안에서 광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상파가 마련한 자구책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매년 매출이 감소하는 지상파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한 뒤에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논하는 게 순서상 맞지 않을까. 케이블 영화채널은 그나마 볼만 하다 싶으면 1분짜리 광고를 수시로 내보낸다. 명절에 텔레비전으로 광고 없이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볼 수 있던 지상파의 매력이 사라지는 게 못내 아쉬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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