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공개적 러브콜에
정진석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보수가 권력만 탐하는 족속인가”
전문가들도 “명분ㆍ실리 못 찾고
폐족 선언할 판에 염치 없어”
설 이후 깜짝 놀랄 만한 대선 후보를 내겠다고 호기롭게 밝혔던 ‘보수 본산’ 새누리당의 고민이 설 연휴 뒤로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지지율 등을 감안한 현실적 대안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명분과 실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진성 보수’를 자처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원유철 전 원내대표 등을 대안카드로 제시하기에는 지지율이나 인지도가 너무 낮아 속앓이가 이만저만 아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근 ‘황교안 카드’를 적극 밀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원도 아닌 황 대행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10% 남짓한 지지율을 받는다”며 황 권한대행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종편에서 “황 대행이 새누리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황 대행이 우리 당으로 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설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주로 대구ㆍ경북과 60대 이상 노년층의 지지를 업고 지지율 10%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표출되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말도 안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라고 자제를 당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스스로 사임하고 이를 자기가 수리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또다시 자기가 임명하고, 대선에 출마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그리 되면 보수는 무리수를 내서라도 권력만 탐하는 족속이란 좋은(?) 교훈을 남기겠군요”라고 꼬집었다. 황 권한대행을 내세울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황 권한대행 측은 “정치인으로서 품격 있는 표현을 쓰라”는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돌려 분란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황 권한대행 카드가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내각을 통활 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10%에 이른다고 해서 집권세력인 새누리당이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자의적 해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 지지층의 지지율이 30% 안팎인데, 황 권한대행이 10%를 받았다는 것은 보수층 절반의 지지도 못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대안 카드를 향해 “폐족을 선언해야 할 판에 대선후보라니, 염치도 없다”는 힐난도 나오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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