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주류에도 물리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했지만 “당분간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소득층은 덜 내고, 고소득층은 더 내도록 하는 쪽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면서 생기는 재정손실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2015년 담뱃값 인상 때처럼 ‘꼼수 증세’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던 건보료 부과체계를 정부안대로 소득 중심으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3단계에 걸쳐 개편하게 되면 연간 2조3,000억원가량의 재정손실이 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물리는 이른바 '평가소득'(성·연령·재산·자동차 등을 통해 생활 수준을 대략 추정)을 폐지하고 재산·자동차에 부과하던 보험료를 서서히 줄이는 데 따르는 결과다.
복지부는 이렇게 발생하는 재정부족분을 메우고자 중장기적으로 소득파악 개선을 통해 보험료 부과기반을 넓히고 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등 재정 효율화로 대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즉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역가입자 소득 상황을 주기적으로 조사,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보험료를 더 걷고,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를 방지하며, 보험 약값을 절감하는 등 급여비를 관리해 재정 확충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건보료 부족분을 다 메우기 어려워 복지부는 현재 담뱃값에 물려 거두는 건강증진부담금을 더 높이거나 술에도 비슷한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당분간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뱃갑 인상 때처럼 반발이 극심할 수 있어 술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새로 붙이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담배 한 갑당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841원(담배 한 갑 가격의 약 19%)씩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정부는 총 2조9,099억원을 걷어들인 바 있다. 술에도 비슷한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하면, 술 값이 한번에 20% 가까이 인상되는 셈이라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원으로 술에도 일종의 건강증진세를 물리자는 주장은 건강보험공단 내부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건보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지난해 2월 내놓은 '주요국 건강보험의 재정수입구조 변화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에 주로 의존하는 취약한 건보재정 수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담배처럼 술도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건강 위해 요인으로 규정해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고, 주식투자 배당수익과 양도소득에서도 보험료를 거두는 등 건강보험의 신규 재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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