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전 수석 조사 내용 알아오라”
김현숙 수석 등에 지시 정황 논란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 제기도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밀을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돼 직무정지 상태에 들어간 그가 자중하긴커녕 아직도 본인 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진수(58)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은 지난 5일 특검 소환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김현숙 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에 대한 특검의 조사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최원영(59) 전 수석은 이보다 이틀 전인 3일 특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최 전 수석은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문형표(61ㆍ구속기소)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라”고 청와대가 지시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자신에게도 전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으로선 앞서 특검에 출석했던 최 전 수석의 조사 내용을 간접적으로 알게 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은 이런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그의 진술 내용을 ‘뇌물공여자’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기각)에도 반영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행보는 본인의 비리를 덮고자 현직 청와대 참모들을 끌어들인 것은 물론, 이미 청와대를 떠난 사람(최 전 수석)에게도 접근하려 한 셈이어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는 또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과의 인터뷰(25일)에서 특검의 뇌물죄 수사에 대해 “엮어도 너무 엮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혐의 차단에 나선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검은 이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작성과 집행 등을 주도한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장관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으로 하여금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들 및 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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