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상환액, 부채 평가 반영으로
DSR 상승해 추가 대출 어려워져
저소득층은 생계 곤란해질 수도
“세밀한 보완책 마련 필요” 지적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도입을 예고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방식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야 하는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DSR도입은 1,4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교한 보완 대책이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소득층 빈곤환경 실태와 자활지원 연계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이자 비용이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초과하는 ‘금융빈곤층’은 중위소득 150%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0.7%, 중위소득 50~150%미만 중산층에서는 1.0~1.9%에 그친 반면, 저소득층(중위소득 50% 미만)에서는 2.6%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금융빈곤을 겪을 확률이 고소득층보다 네 배 가까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세금ㆍ연금납부액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고소득 금융빈곤층은 2.2%에 그친 반면, 저소득층은 10.7%나 됐다.
이와 달리, 부채 범위에 원금 상환액까지 더하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 고소득층의 금융빈곤 비율(5.1%)이 저소득층(3.0%)보다 오히려 더 높은데 이는 이자 부담만으로도 버거운 저소득층이 원금 상환을 뒤로 미루고 일단 이자부터 내면서 생기는 착시현상이라는 것이 보사연의 설명이다. 이는 금리상승에 따른 타격이 이자 부담이 큰 저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2018년 시범도입을 예고한 DSR 역시 저소득층의 생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DSR은 차주의 빚 갚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지표로, 이자와 원리금 상환 능력을 함께 평가해 현행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더 엄밀한 평가가 가능하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원금+이자)상환액, 신용대출 등 나머지 부채는 이자상환액만 따져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산출한다. 반면 DSR은 주택담보ㆍ신용대출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부채의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그간 가려졌던 원금 상환액이 새롭게 부채 평가에 반영돼 대출의 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을 때만 활용되지만 DSR은 신용대출에서도 활용된다.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의 비중이 전체 부채의 절반 이상(60.6%)인 고소득층과 달리, 이 비중이 34.4%에 불과해 나머지 빚은 신용대출을 해야 하는 저소득층은 대출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김태완 보사연 연구위원은 “주로 생활비와 주거비용을 목적으로 빚을 내는 저소득층은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면 생계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 “저소득층이 금융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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