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충북도ㆍ청주시가 KTX 이용요금보다 비싸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간 택시요금 인하카드를 잇따라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이용객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양 지역 간 ‘KTX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셈법이 깔려 있다.
30일 세종시에 따르면 현재 1만9,000원 수준인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간 택시요금을 1만6,000원으로 인하키로 했다.
시는 지역 택시업계 대표와 택시노조, 개인택시 등과 협의를 거쳐 이 같은 합의안을 마련, 시행할 예정이다. 합의안의 핵심은 기본 운임체계는 그대로 두되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구간만 별도의 운임체계를 정하는 것으로, 요금 미터기 운임으로는 1만9,000원 선이지만 이와 상관 없이 별도로 금액을 정한 것이다.
충북도ㆍ청주시는 오송역~정부세종청사 구간 택시요금의 복합할증(35%)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택시요금 체계 개편 협약을 청주 개인ㆍ법인택시우송사업조합과 체결했다. 복합할증은 도농 복합지역에서 읍ㆍ면지역 공차 운행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오송역~세종청사 구간 택시요금은 평균 2만360원에서 복합할증 분(4,720원)을 뺀 1만5,640원으로 줄어든다.
세종시와 청주시가 해당 구간의 택시 요금 인하에 나선 것은 KTX 운행요금보다 택시요금이 더 비싸다는 이용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 지역의 해당 구간(17㎞) 택시요금은 서울역~오송역 간 KTX 운행요금(51㎞ㆍ성인 기준 1만8,500원)보다 많다. 충북의 경우 2012년 정부세종청사 개청 당시 야간 요금이 2만7,000원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2년 뒤 2만1,000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원성이 높다.
충북도의 요금 인하 카드는 오송역 이용객 편의에 대한 배려인 동시에 KTX 세종역 신설 반대를 위한 명분이기도 하다. 택시요금 인하라는 ‘양보’ 명분을 쌓아놓고 세종시와 정부의 KTX 세종역 신설과 관련한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요금 인하에 따른 영업 손실을 충당키 위해 귀로(歸路)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세종시를 압박할 수 있는 논리에도 힘을 싣는다는 게 충북도ㆍ청주시의 계산이다. 충북도는 복합할증 폐지에 맞춰 이용객 편의를 명분으로 오송역~세종청사 구간의 ‘청주ㆍ세종 공동사업구역’ 지정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국토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청주와 세종택시가 세종청사 및 오송역 부근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두 지역 택시는 상대방 지역에서 주ㆍ정차해 승객을 태울 수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오송역~세종청사 구간의 택시 요금이 불합리하다는 것은 청주시와 세종시 모두 이견이 없지만 세종지역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 원만한 합의가 어렵다”며 “이번 복합할증료 폐지 결정은 세종역 신설 백지화와 충청권 균형발전을 바라는 도민의 결집을 보여준 사례”라고 택시요금 인하의 의미를 설명했다.
충북도의 이런 움직임에 세종시도 택시요금 인하라는 맞불을 놓으며 실리를 택한 모양새다. 당장 요금 인하를 통해 세종청사 공무원과 시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청주 택시의 세종청사 영업은 세종지역 택시업계 영업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세종의 택시는 총 282대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신도시에서 운행 중인 택시가 100대 미만으로, 오송역을 근거로 영업하는 청주택시(100여대)가 세종지역에서 영업하면 출혈 경쟁은 불을 보듯 훤하다.
시 관계자는 “택시요금 인하를 KTX 세종역 반대 카드로 활용하는 것은 충북의 입장일 뿐으로, 우린 이 문제를 KTX 세종역과 연관 짓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뒤 “요금 인하에 따라 택시업계의 지원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으면서 정부가 진행 중인 KTX 세종역 설치 타당성 용역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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