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소비심리 악화 겹쳐
5만원 이하 세트 선전했지만
정육ㆍ수산물 등 고가 인기품
판매 부진으로 매출 뒷걸음
롯데만 소폭 늘며 역신장 면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로 백화점의 설 선물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최대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에 맞춰 백화점들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육 과일 수산물 등 고가의 전통 인기 품목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26일부터 설 하루 전인 지난 27일까지의 선물세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나 감소한 ‘역신장’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설 선물 매출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삼(10.9%), 비타민(4.4%) 등 건강식품 판매가 늘었지만, 선물세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육(-12.5%), 수산물(-11.5%), 청과(-12.3%) 등 대표적인 설 선물 상품의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설 선물세트 매출(12~26일)이 작년보다 3.8% 감소했다. 신세계는 물량을 대폭 늘린 5만원 이하 선물세트와 호주산 소고기(4만9,000원)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대비 각각 115%, 126% 증가했지만, 주력 품목인 축산물(-3.1%), 농산물(-3.1%), 수산물(-7.4%) 판매가 모두 부진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감소한 적은 없었다”며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등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9~26일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감소했다.
다만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소폭 늘어나며 가까스로 역신장을 면했다. 롯데백화점은 5만원 이하 제품이 대부분인 가공식품 및 생필품 매출이 20.9% 급증하고, 건강식품 판매가 11.8% 늘어난 덕분에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작년보다 0.4% 증가했다. 하지만, 굴비(-14.6%), 청과(-7.8%), 축산물(-3.9%) 등 고급 선물세트 매출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줄곧 부진했으나, 설 연휴 직전 구매 수요가 몰리면서 가까스로 반전에 성공했다”며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매년 매출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0.4% 매출 증가’는 실질적으로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역신장한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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