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소방서 의무대원 징계 논란
전입온 새 대원에게도 가혹행위
소방반장은 “발설 말라” 협박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후임병들을 괴롭힌 의무소방대원들에게 소방당국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경기 수원소방서 소속 119안전센터 의무소방대원들이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 간 후임병 3명을 상대로 폭언과 협박,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30일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해 4월 중순 자대 배치를 받은 첫날부터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선임병 7명은 A씨가 가족과 통화하던 중 울었다는 이유로 옥상으로 끌고 가 “너 같은 새끼는 처음이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폭언했고, 다음날에는 얼차려가 서툴다며 “저 새끼 개랑 같이 묶어버릴까”라고 협박했다. A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예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등 여섯 마디에 불과했고, 이를 어기면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이런 사실을 상부에 알려 일주일 만에 다른 센터로 전출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방반장(소방교)으로부터 “여기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마라” “자살을 생각했다간 내가 널 살해하겠다” 등의 2차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는 지난해 9월 배치된 후임병 B씨에게도 계속됐다. 빨래 돌리기, 설거지 등 업무를 지시하고는 순서와 방식 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욕설을 했고, “죄송하다”고 하면 “한 번만 더 죄송하다고 하면 죽는다”고 협박했다. 결국 B씨 역시 A씨와 같은 센터로 전출됐다.
해당 소방서는 지난해 10월 의무소방대운영위원회를 열어 가해자 징계를 논했으나 처벌은 겨우 외출과 외박을 1회 제한하는 데 그쳤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는 한 달 뒤 들어온 후임병 C씨에게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A씨는 여전히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소방서의 관리 책임 소홀 등을 따져 이번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예정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