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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나라’ 美 뿌리 흔드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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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나라’ 美 뿌리 흔드는 트럼프

입력
2017.01.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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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무력화 판결로 강경 저항

트럼프, ‘극우’ 배넌 NSC에 포함

캐나다 퀘벡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증오범죄 등 지구촌 갈등에 불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9일 보스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보스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9일 보스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보스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이 취임(20일) 일주일 만에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이민자의 나라’ 정신을 사실상 포기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주요 국가들과 시민사회의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피부색과 종교를 따지지 않고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를 국가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건국이념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인종적이고 종교 다양성을 무시하는 이번 행정명령 시행으로 소수민족과 특정 종교인을 겨냥한 증오범죄 우려도 확산되는 가운데 29일에는 캐나다 퀘벡주 이슬람사원에서 무슬림을 노린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이 발생해 최소 6명이 사망했다. 테러리즘을 막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오히려 지구촌 곳곳에서 인종ㆍ종교간 갈등을 확산시킬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서명한 반이민 행정명령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행정명령에 따라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 등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7개국 출신자의 입국(최소 90일) 및 난민 수용 프로그램 가동(120일)이 금지되면서 반발은 해당국가는 물론 유럽 동맹국, 법조계, 공화당 지도부, 일반 시민으로 번졌다.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들에 의해 건국된 미국의 기본이념을 손상시키면서 행정명령을 최대한 무력화하기 위한 판사들의 판결이 잇따르는 등 특히 미국 법원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 행정부와 법원이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놓고 강경하게 맞서는 모양새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9일 뉴욕 브루클린(JFK 국제공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덜레스 국제공항) 등 공항 주변 법원에서는 판사들의 직권으로 행정명령 시행에 따라 입국이 금지된 무슬림 여행객에 대한 송환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더불어 캘리포니아, 뉴욕 등 16개 주 법무장관들은 반이민 행정명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비난했다. NBC방송은 이날 “주 법무장관들이 행정명령에 대해 ‘헌법위반이며 비미국적이고 불법’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인사들과 민주당이 일제히 행정명령을 뒤집는 입법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미국 전역에서 반 트럼프 시위가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무슬림 입국 금지가 행정명령의 취지는 아니다”며 “종교에 관한 것이 아니라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입국 금지 대상에 미 영주권 소지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트럼프는 인종주의자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고문을 미국의 안보ㆍ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당연직 위원 자격으로 포함하고, 30일에는 트위터에 “공항 혼란은 항공사의 컴퓨터 마비 탓”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강수를 이어 갔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이날 무슬림을 겨냥한 퀘벡 테러사건과 같은 증오범죄, 자생적 무슬림의 보복공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정권의 백인계층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고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29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 이슬람사원 앞에서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퀘벡=AP 연합뉴스
29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 이슬람사원 앞에서 경찰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퀘벡=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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