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이대호(35)는 야구 밖에 몰랐다. 눈앞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직 야구만 생각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번 타자로 한국과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꿈의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다.
기나긴 시간이 흘러 이대호는 처음 몸 담았던 팀과 16년 만에 다시 한번 입단식을 가졌다. 조촐하게 계약 도장만 찍었던 2001년과 달리 수 많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 고향 팀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머리 속엔 더 이상 야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팬들이 야구만큼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이대호는 30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입단식 후 기자회견에서 “2001년 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야구만 할 때”라면서 “지금은 팬들도 신경 써야 하고, 구단도 신경 써야 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헤쳐나가야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데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며 “팬들과 함께 많이 웃으면서 야구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시즌 동안 KBO리그 통산 1,150경기에 나가 타율 3할9리에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2012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해 일본시리즈 2연패와 함께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도 타율 2할5푼3리(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을 올렸다. 일본에서 보장 받은 최고 자리를 내던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 자격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할 때도 이대호는“나도 나지만 팬들이 과연 내가 미국에서도 통할지 궁금해한다”며 팬을 위한 도전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2016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고 미국 잔류 가능성도 있었지만 고향 팀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기 위해 롯데와 3년 150억원에 계약하고 한국 팬들 앞에 섰다.
이대호는 “6년 만에 돌아와 기쁘고,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면서 “몸을 잘 만들어 롯데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젠가 돌아와야 할 팀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며 “올해가 아니면 또 몇 년 지나야 돌아올 것 같았고, 그 때 되면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도 지쳐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과거 롯데의 연고권이었던 창원(마산) 팬들도 다시 부산 사직구장으로 불러오겠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마산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NC에 14연패를 당했다. 연패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대호는 “지역 라이벌이니까 어떻게든 이겨야겠다”면서 “창원에 롯데 팬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사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롯데의 키 플레이어로 스스로를 지목한 그는 주장 임무도 맡았다. 이대호는 “예전에 있을 땐 무서운 선배였는데 시대가 변해서 무서움보다 부드러운 선배가 되려고 한다”며 “후배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지금도 (강)민호나 (손)아섭이는 나를 무서워하는데 이제 나보다 더 스타가 된 선수들이니까 부드러움을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입단식을 마친 이대호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 김해공항에서 올라온 롯데 선수단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1차 전지훈련지로 출발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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