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반 이민 행정명령이 실제 취지인 테러방지에 크게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했지만 실제 테러범의 산실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했고, 최근 테러의 주도 세력으로 꼽히는 ‘외로운 늑대(조직에 속하지 않은 테러리스트)’의 경우 대부분 미국 태생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작 테러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들 7개국 난민 출신은 주요한 테러를 일으킨 적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29일(현지시간) 미 CNN 등은 트럼프 정부가 이 행정명령을 발효하면서 “수많은 외국 태생이 9ㆍ11 테러 후 미국에서 테러 관련 범행을 저지르거나 연루됐다”고 한 주장에 대해 “1980년 난민법 제정 후 이들 7개국 출신 난민이 미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테러에 한 번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CNN은 이어 1980년 이전에 테러를 저지르다 사살된 난민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쿠바 출신이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사회를 뒤흔든 대형테러의 배후는 대부분 미국 시민권자였다. 지난해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 테러의 범인은 부모가 아프가니스탄 계이지만 태생은 미국 뉴욕이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범도 행정명령 해당국 출신의 난민이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심지어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상 이익과 관계된 국가들은 이번 행정명령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신문은 “행정명령 대상국에서 빠진 사우디, 인도네시아, UAE, 터키, 이집트, 레바논 등 국가는 모두 트럼프의 사업상 이익과 관련된 곳이라는 주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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