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등 공화당에서도 반대… 민주 “무력화 검토"
뉴욕ㆍ보스턴 등 법원도 명령 이행 잇단 제동
행정명령 반대 시위 美 전역 급속도로 확산
무슬림 테러의심자 색출을 이유로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반대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 전역에서 반대 시위는 물론, 입법ㆍ사법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반 이민 행정명령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수단 소말리아 등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자를 90일 동안 입국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공개적으로 반 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9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테러리즘과 싸움에서 자해 행위”라며 반 이밈ㄴ 행정명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두 의원은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군은 증오를 거부하는 대다수 무슬림”이라며 “행정명령은 의도와 관계 없이 미국에 무슬림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행정명령이 테러리스트 모집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야당인 민주당은 반 이미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는 입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공화당 의원 몇 명의 지지를 얻으면 행정명령을 뒤집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는 미국의 가치에 반하고 우리를 더욱 비인간적으로, 미국을 더욱 불안하게, 미국인을 덜 미국인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케인 의원 등을 공화당 내 이탈표로 분류했다.
반 이민 행정명령 이행을 금지하는 미국 법원의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앨리슨 버로스 보스턴 연방판사는 로건국제공항에 억류 중인 이란 출신 매사추세츠대 교수 2명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이날 두 사람을 석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버로스 판사는 “입국 금지 대상국 출신이라 하더라도 이미 입국 승인된 난민이나 비자 소유 등을 추방하거나 공항에 억류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레오니 브린크마 연방판사가 전날 댈러스국제공항에 억류된 50∼60명의 미국 영주권자를 추방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토머스 질리 연방판사도 2명의 추방을 금지했다. 앞서 뉴욕주 브루클린의 앤 도널리 연방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구금된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의 송환을 금지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다.
민간 반대 시위 역시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뉴욕 맨해튼 배터리 파크에서 열린 반 이미 행정명령 철폐 촉구 시위에는 수천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미국은 난민이 건설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는 반 미국적이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정명령 폐기를 주장했다. 전날 뉴욕 JFK국제공항에서도 행정명령으로 인해 공항에 억류된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다. 일부는 석방됐으나 6명은 여전히 공항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는 수천명이 백악관 인근에 집결해 행정명령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우리는 모두 이민자이다”라는 문구의 피켓을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텍사스주 댈러스, 조지아주 애틀랜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반 이민 행정명령 반발 목소리가 분출되는 등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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