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36ㆍ17위ㆍ스위스)가 호주오픈 우승으로 ‘테니스 황제’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페더러는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 상금 5,000만 호주달러ㆍ약 440억원) 남자 단식 결승에서 숙적 라파엘 나달(31ㆍ9위ㆍ스페인)을 3-2(6-4 3-6 6-1 3-6 6-3)로 꺾었다. 이로써 2012년 윔블던 이후 4년 6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단식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 상금은 370만 호주달러(약 32억5,000만원)다. 호주오픈 우승은 2004년, 2006년, 2007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테니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은 페더러의 18회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우승을 포함해 호주오픈 5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7회, US오픈 5회씩 우승을 차지했다. 페더러에 이어서는 나달과 피트 샘프러스(미국ㆍ은퇴)가 나란히 14번씩 정상에 올랐다.
3시간 37분이 걸린 대혈투 끝에 페더러는 나달에게 8년 전인 2009년 이 대회 결승에서 패했던 아픔을 갚았다. 페더러는 나달과 상대 전적을 12승23패로 만회했고, 나달과 메이저 대회 결승 맞대결 전적도 3승 6패를 기록하게 됐다.
페더러는 1세트를 6-4로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포핸드 샷이 번번이 라인 밖으로 향하면서 고비마다 나달에게 점수를 허용했다. 이날 페더러의 범실은 57개로 28개의 나달보다 훨씬 많았다.
4세트까지 2-2로 맞선 둘의 승부는 5세트에서 갈렸다. 페더러는 4세트가 끝난 뒤 오른 허벅지 근육 통증 때문에 메디컬 타임아웃을 써야 했다. 코트로 돌아온 페더러는 5세트 초반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게임스코어 1-3까지 끌려갔다. 5살 어린 나달이 체력적으로도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듯했지만 이때부터 페더러의 반격이 시작됐다.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이어진 나달의 서브 게임을 따내면서 게임스코어 3-3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페더러는 이어진 세 게임마저 연달아 따냈다. 마지막 페더러의 포핸드 샷이 또 라인 밖으로 나간 듯했지만 나달의 챌린지 결과 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으로 판정되면서 페더러의 승리가 확정됐다. 페더러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코트 위에서 마음껏 포효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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