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구 축제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7’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WBC 2017’ 경기는 다음 달 7일부터 22일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미국, 중국 등 16개국이 참가, 치열한 접전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대표팀도 ‘국민감독’으로 불리는 김인식 감독을 앞세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WBC 대회와 우리나라의 인연은 각별하다. 초대 대회에서 4강에 오른 우리나라는 2009년 2회 대회에선 결승까지 진출, 일본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2013년 대회 때는 1라운드 탈락이란 수모도 당했지만 절치부심하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전승 금메달과 ‘2015 프리미어12’ 우승으로 국제대회에서의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해외파들의 잇단 이탈과 경기력이 향상된 다른 나라 전력 등을 감안할 때, 김인식호의 순항을 장담할 순 없는 상태다. S(강점)W(약점)O(기회)T(위협)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팀의 전력을 살펴봤다.
강점(Strength), 노련한 코칭스태프 경험
우리나라 대표팀의 강점은 역시 노련한 코칭스태프의 경험이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탁월한 경기 운영의 묘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투수 교체 시점과 대타나 대주자 기용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전력에 기반한 맞춤형 선발투수 운용 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김 감독의 이런 기발한 용병술은 2002년 아시안게임 전승 금메달과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을 가져왔다. 특히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선 숙적 일본을 상대로 거의 다 놓쳤던 경기를 막판에 뒤집고 우승까지 일궈낸 드라마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김 감독을 보좌할 투수코치 선동열 전 기아 감독과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타격코치 이순철 SBS 스포츠해설위원, 배터리코치 김동수 LG트윈스 퓨처스 감독 등은 앞선 국제대회에서 김 감독과 한 배를 타며 검증된 찰떡궁합도 자랑이다. 이번 WBC 2017 대회에 전력분석관으로 나선 안치용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야구를 9회까지 하다 보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 순간을 대처하는 위기 관리 능력 측면에선 우리나라 코칭스태프가 다른 나라 보다 한 수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약점(Weakness), 해외파의 대거 이탈…헐거워진 타선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은 대표팀에겐 가장 큰 악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LA다저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부상이나 개인사정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에서 빠졌다. 이로써 야수진에서 해외파는 ‘제로(0)’가 됐다. 이번 대표팀을 두고 역대 최약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이번 대표팀의 수장을 맡은 이후, 걱정했던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나마 김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막판 승선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투수가 유일한 위안거리다. 해외파 불참은 타선에서의 중량감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득점 기회를 만들어 줄 테이블세터(1,2번)진으로는 이용규(한화)와 정근우(한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클린업트리오(3,4,5번)와 하위타선의 파괴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안 위원은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해외파들이 빠졌다는 측면에선 타순 구성에 고민이 있는 게 사실이다”며 “기동력 부분에서도 약점이 생긴 상태다”라고 현재 국가대표팀의 상황을 전했다.
기회(Opportunity), 단기전은 ‘투수 놀음’
이번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승산은 충분하다는 게 전력분석팀의 계산이다. WBC에선 투수의 투구 수 제한이 있는데다 단기전으로 진행되는 만큼,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를 효과적으로 운용한다면 기회가 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란 야구계의 통설은 단기전에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떨친 선동열 전 기아 감독이 이번 대표팀의 투수진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도 더해진다. 아울러 ‘끝판대장’으로 불리는 오승환 투수의 합류는 대표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오 선수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76경기 79⅔이닝에 나와 6승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중간계투로 출발했지만 소속팀 마무리 투수의 부진으로 기회를 잡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달성했다.
예선전이 안방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A조에 속한 우리나라는 3월6일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7일 네덜란드와 9일 대만을 각각 고척 스카이돔에서 상대한다. 해외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협(Threat), 네덜란드 등 경쟁 상대의 경기력 향상
대표팀의 또 다른 고민은 경쟁 상대들의 향상된 전력에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돌풍 수준을 넘어 태풍의 눈으로 격상됐다. 실제 이번 네덜란드 WBC 대표팀에는 잰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와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 조나단 스쿠프(볼티모어 오리올스),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 등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거 승선했다. 이 가운데 젠더 보가츠는 지난해 157경기에 출전, 타율 2할9푼4리, 21홈런, 89타점, 13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에도 선발됐다. 디디그레고리우스는 메이저리그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다. 지난 시즌에 153경기에 나와 타율 2학7푼6리, 20홈런, 70타점 등을 각각 기록하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대만 역시 만만한 팀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제외됐지만 일본에서 활동 중인 천관위(지바롯데 마린스), 궈진린(세이부 라이온스), 쑹자하오(라쿠텐 골든이글스) 등의 3명의 투수가 포함됐다. 또한 미국 마이너리그 싱글A팀에 소속된 투수 장샤오징과 로궈화도 대만 마운드에 서서 힘을 보탠다. 안 위원은 “마무리 훈련 등 남은 기간 동안 부상 방지 등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해서 일정에 맞춰 목표인 우승을 위해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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