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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욕 먹고, 잘해도 욕 먹는…위성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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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도 욕 먹고, 잘해도 욕 먹는…위성우의 딜레마

입력
2017.0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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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WKBL 제공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는 올해도 어김 없이 아산 우리은행 천하다.

우리은행은 26일 현재 23승1패의 압도적인 승률(95.8%)로 5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27일 안방 아산에서 열리는 용인 삼성생명과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26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자신들이 세웠던 최소 경기 우승 확정 기록(24승4패)을 다시 갈아치운다.

매직넘버 ‘1’을 남겨 놓은 위성우(46) 우리은행 감독은 26일 서울 장위동의 구단 체육관에서 진행된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승아(25)가 임의 탈퇴로 빠지고, 양지희(33)도 부상 탓에 이번 시즌은 정말 플레이오프에 갈 수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우승을 4번 했던 선수들의 노하우와 구력이 있었고, 물음표가 붙었던 외국인 선수들도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한 시즌을 돌이켜봤다.

위 감독의 말처럼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큰 고비를 맞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체 5순위로 뽑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존쿠엘 존스(23)가 골 밑에서 잘 버텨주고, 베테랑 임영희(37)와 에이스 박혜진(27)은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발휘했다. 여기에 최은실(23)과 김단비(25)가 주축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2016~17시즌 경기당 평균 15.9점의 득실차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위 감독은 “여러 선수를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구멍 난 자리를 메우려고 하다 보니까 최은실이나 김단비를 자주 내보냈다”며 “처음에는 시간만 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자기 역할을 매우 잘해줬다. 또 트레이드로 합류한 홍보람(29)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꼽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임영희다. 위 감독은 “그 나이에 5년 동안 잘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마치 고목처럼 무덤덤하게 항상 똑같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선수단 전체가 영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따라간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또 다른 유력한 MVP 후보 박혜진에 대해서는 “데뷔 후 처음이었을 텐데 1번(포인트가드)으로 잘 했다”며 “영희를 꼽았다는 말을 들으면 혜진이가 서운해 할 수도 있는데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잘 나가는 팀은 걱정이 없을 법 하지만 되레 ‘너무 잘해서’ 주위 시선에 상처도 받는다. 2위 삼성생명과 격차는 무려 10경기에 달한다. 지나친 독주에 ‘여자 농구가 재미 없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관중도 지난해 이 맘 때보다 2만명 가량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으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위 감독이 오기 전에 4시즌 연속 꼴찌를 하며 ‘리그의 질을 떨어트려 재미 없게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우승을 밥 먹듯이 하니까 또 ‘한 소리’를 듣는다.

위성우. WKBL 제공
위성우. WKBL 제공

위 감독은 “내가 리그를 저하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잘못하고 있나? 라는 딜레마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면서 “선수들한테 ‘주위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프로로서 경기에만 집중하자’라는 말을 해줘도 위축되는 모습을 볼 때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민을 사서 하는 스타일인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주위 얘기를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비판이 나오더라도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고, 갈 길을 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왔다고 해서 우리은행이 잘하는 게 아니다”라며 “여기에 올 때 나와 선수들간의 간절함이 맞았고, 잠재력이 터져 여기까지 왔다. 감독 자리는 가르치는 직업이니까 좋은 팀으로 만들 생각만 했지, 뭔가를 이루기 위해 준비한 것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맡은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성과도 따라왔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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