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논란을 낳고 있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기안전법)이 28일 시행된다. 단 이 법을 통해 받은 인증에 대해 서류를 보관하거나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게시해야 하는 의무는 내년부터 부여된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기안전법은 전기용품에 적용되던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공산품에 적용되던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으로, 지난해 1월 17일 공포돼 1년의 유예기간을 가졌다. 과거엔 전기용품만 받으면 됐던 국가통합(KC)인증을 의류나 잡화 등 생활용품을 포함한 공산품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이 법의 핵심이다. 앞으로는 생활용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도 KC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인증정보를 올려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전기안전법으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의 안전 관리 규정을 일원화해 혼란을 줄이고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현실성이다. 생활용품 업체들 가운데는 건당 20만~30만원이 드는 KC인증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영세한 곳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인증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역량이 안 되면 대행기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올라간 비용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소규모 의류상이나 온라인 구매대행 업체들 사이에선 전기안전법을 따르다간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정부는 전기안전법을 일단 시행하되, KC인증서를 보관하거나 게시해야 하는 의무는 다시 1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많은 비용을 들여서 받아야 하는 KC인증 자체를 소비자들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폭발을 일으켰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들어간 배터리도 KC인증을 받았었다. 국가가 안전하다고 확인해준 제품이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으니 KC인증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전기안전법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 이런 논란이 불거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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