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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도 극우 강풍

입력
2017.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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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에게 아픈 역사”

건국기념일 행사 연기에

민족주의 세력들 거센 항의

호주 건국기념일인 26일 건국기념일 변경을 요구하는 호주 시민들이 빅토리아주 의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건국기념일인 26일 건국기념일 변경을 요구하는 호주 시민들이 빅토리아주 의회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내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오랜 백호주의(白濠主義ㆍ백인 이외의 인종 이민을 배척하는 인종차별주의) 전통을 갖고 있는 호주에서도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서쪽 항구도시인 프리맨틀시는 건국기념일(26일) 행사를 이틀 뒤인 28일로 연기해 치르기로 했다. 호주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침략이 시작된 ‘아픈 역사’라는 이유에서다. 브래드 페티트 프리맨틀시 시장은 “호주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는 26일을 기념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1월 26일은 1788년 영국 함대가 시드니에 처음 도착한 날. 때문에 그 이전부터 호주 땅에서 머물던 원주민 입장에서는 이 날을 기념일로 수용하기 어렵다. 워런 먼딘 호주 총리 산하 원주민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 날은 대대적인 학살과 토지 손실, 원주민 사회 파괴로 이어진 날”이라며 “건국기념일을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극우 민족주의 세력들의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이다. 극우성향 단체인‘호주를 되찾자(Reclaim Australia)’는 26일 기념일 행사 연기에 반발해 26일 항의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극우 성향의 호주 여성 정치인 폴린 핸슨도 “호주의 날은 그냥 호주의 날이다. 행사 날짜를 옮기는 것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폴린 핸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환영의 뜻을 밝힌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호주 연방 정부도 프리맨틀시가 26일 행사를 개최하지 않으면 시민권 수여식 개최 권한을 박탈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호주 대륙에는 약 5만년 전부터 원주민들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호주 땅을 차지한 백인들은 1960년대 후반에서야 백호주의 정책을 폐기할 정도로 원주민들을 차별해 왔다. 원주민을 헌법에서 공식 인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요구도 있었지만 몇년째 보류돼 왔다. 현재 2,300만명인 호주 전체 인구 가운데 원주민은 약 70만명(3%)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 사회ㆍ경제적 지위는 매우 낮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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