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맞아 동남아 등 여행객
외투 맡기는 발길 끊임 없어
“하루 1만2000벌 쉴 틈 없어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인천공항 지하 1층에 위치한 C 세탁소에는 오전부터 손님들이 길게 줄을 이었다. 옷을 수선하거나 세탁하려는 손님들이 아닌,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잠시 맡기려는 ‘남쪽 나라’ 여행객들이다.
가족들과 고향에서 차례를 지내는 대신 연휴를 맞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옷 보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인천공항 세탁소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옷 한 벌을 5일간 보관하는데 1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늦으면 맡기기가 힘들 정도. 세탁소 관계자는 “해외여행 성수기로 꼽히는 12~2월까지 하루에 맡겨지고 찾아가는 옷이 8,000벌 가량 되지만 연휴 피크인 지금은 1만2,000벌이 넘는다”고 말했다. 10여명의 아르바이트생이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옷들을 받아 비닐에 씌운 뒤 옷걸이에 걸고 있었지만 대기 손님들의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해외여행길에 오른 시민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여름 샌들 안에 어울리지 않는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있던 주부 박원자(58)씨는 “이번 설에는 남편과 함께 시댁에 ‘파업’을 선언했다”며 “명절에 집안일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건 처음”이라며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명절 가족 모임 때마다 반복되는 취업ㆍ결혼 질문 공세를 피해 가방을 싼 청년들도 많다. 대학생 한민선(25ㆍ여)씨는 “어차피 집에 가봤자 취업 얘기만 들을 것 같아 혼자 태국으로 배낭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명절의 의미가 고향 방문 보다는 추억 만들기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명절 해외여행객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가 21~22일 네티즌 1만3,4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 고향 방문 대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368명(62%)이 “명절은 직장인에게 모처럼 긴 휴식기간이라 해외여행도 괜찮다”고 응답했다. “설 연휴 고향에서 가족을 만나는 기회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응답한 네티즌은 4,914명(36%)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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