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 재정 지원 중단을 담은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시리아를 위시해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이슬람 국가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사안별로 심사해 미국에 도움이 될 난민만 받아들이겠다는 방침도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일주일간 이어진 트럼프의 정책 결정은 미국 안팎의 반신반의에 대못을 박는 듯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 공약대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 간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인권 침해 요소가 다분한 불법 이민자 추방, 주요국으로서 국제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난민 수용 거부도 같은 맥락이다.
익히 지적됐지만 현실로 마주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은 과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보수 레이건정부와도 사뭇 다르다. 미국 경제 활성화 등의 구호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레이건은 미국이 ‘세계의 등대’가 되어 적어도 동맹국과 협조해야 한다는 관점을 포기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경우 이런 국제적 책임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엔에서 미국의 역할을 크게 줄이는 행정명령을 준비한다는 데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대해 회원국 자격을 준 기구, 낙태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기구, 대북한ㆍ이란 제재를 회피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기구, 테러지원국의 통제 하에 있거나 상당한 영향을 받는 기구 등에 대한 지원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 유엔평화유지활동, 국제형사재판소, 유엔인구기금에 대한 미국 분담금의 적정성을 살피는 새 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금을 최소 40% 깎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오바마정부가 어떤 정책을 통해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찬사를 얻었고, 반대로 그에 앞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정부가 어떤 비판과 고난에 직면했었는지 미국의 새 정권이 돌이켜보기를 재삼 권할 따름이다.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가 트럼프정부의 출범을 기회 삼아 계속 반인권적 행태를 보일까 걱정스럽다”는 휴먼라이트워치 소장의 언급도 귀담아들을 일이다. 자기 잇속만 채우자고 들어서야 모범적인 나라는커녕 강한 나라도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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